책장에 숨겨져 있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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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숨겨져 있던 ‘보물’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2.07.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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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학부모 (춘천 봄내초 6학년 1반 심수현 어머니)
빛바랜 상자.

1년에 딱 한 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 그 상자는 열린다.

스무 살이 지나면서 쓰기 시작한 일기장은 지금껏 고스란히 그 안에 담겨 있다.

 올 초에도 습관처럼 동그란 의자에 올라가 지난 일기장을 넣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상자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나의 과거들이, 상자에 쌓인 회색먼지만큼이나 케케묵은 향내를 뿜으며 펼쳐졌다.

‘와아’하고 놀라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나도 다른 사람의 속내를 들추듯 조용히 읽어보았다.

 그때였다.

내가 한참을 거꾸로 가고 있을 때, 가까이서 키득키득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아이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분명 나의 일기장인데 무엇이 저리도 즐거울까?

 “엄마, 이거 어디서 났어? 엄청 웃기고 재밌어~.”

 무엇일까? 슬쩍 본 나도 그냥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1996년, 직장에서 보았던 신문 한쪽에 신비롭게 등장한 연재 만화가 있었다.

그 6컷, 8컷, 가끔은 한 컷의 만화가, 한 줄의 글이 사람을 웃게 하고, 코끝 찡하게 만들곤 했다.

 사람 사는 냄새 흠씬 풍기고, 진한 커피와 같은 감동을 주는 그 만화들을 나는 두 해 동안 오리고 붙여서 나만의 소중한 만화집으로 만들어 놨었다.

 원작자 박광수, 그림 박광수, 주인공 신뽀리~ 편집자만 나다.

아이들이 조르기 전까지 오랫동안 꼭꼭 숨어만 있었던 보석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요즘 나는 NIE(신문활용교육) 논술을 배우고 있다.

신문의 구성요소를 새롭게 알고, 기사를 선택하고 잘라서 스케치북에 붙인다.

그리고 오려낸 기사를 요약해 보고, 나의 생각을 적어보며 무궁무진한 NIE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일련의 행동에서 제대로 NIE를 알았더라면, 만화집에 날짜도 쓰고, 내 생각과 느낌을 한 줄이라도 적어놨을 텐데….

 조금 배우고 난 지금에서야 그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책장 한쪽에서 아이들과 나에게서 새로이 사랑을 받고 있는 나만의 만화집은 오늘도 도도하게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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