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간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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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간리의 아이들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4.04.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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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남 선생님 <영월 문곡초교>
 도시의 아이들과 생활을 마치고 영월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문곡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20년 전, 이곳보다 더한 시골에서 근무한 적도 있었지만, 발령장을 받았을 때의 마음은 처음 시골로 발령을 받았을 때의 그 마음 그대로였다. 두려움 반, 그리고 어려움으로 첫 날을 시작했다.

 40명의 어린이들 속에서 시끌벅적 하루를 여는 것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 조용 그리고 교사의 언행에 커다란 반응도 없이 하루 생활을 마쳤다. 도시 아이들과 다르게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나 하나 쳐다보고 십리 길을 찾아오는 아이들은 정말 소중한 아이들이고, 바로 이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농촌의 지킴이 인 듯 싶다. 3일 정도 아이들과 생활하니 벌써 정이 드는 지 조금씩 말문이 열린다.

 국어 시간에 동시 짓기를 하였다. 다양한 주제로 동시를 지은 것을 읽어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적었던 아이, 잘 웃어 주지 않던 아이가 내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다.

 `때 아니게 쏟아진 눈 속을 선생님은 차를 몰고 어떻게 다닐까?' 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어디를 가든 아이들은 예쁘고 순수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말이 적은 형진이의 귀엣말 “선생님, 이곳에 얼마나 계실 거예요?”는 적당한 시간만 흐르면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내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생각지도 않고 짧은 기간동안 근무하고 떠난 우리들을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그리워한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살아 온 것이다.

 눈이 오면 내가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넘나드는 수라리재를 먼저 걱정하는 나의 사랑 개간리 아이들….

 촐망촐망한 눈망울에 순수함이 가득한 아이들 곁에 오래 머무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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