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나시는 홍천 석화초교 박청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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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을 떠나시는 홍천 석화초교 박청자 선생님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6.08.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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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연 <양구 용하초교 교사>
선생님 교실엔 우주로 나가는 문이 있지요,
새앙쥐도 모르는 문, 아이들만 아는 문
공부가 지루한 아이가 살짝 문을 열고 나가면
삐긋 문 닫히는 소리가 풀벌레 방귀 뀌는 소리 같아서
선생님은 일부러 코를 킁킁 거리셨지요,

박청자 선생님,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든 얘기들을
어린이강원일보에 실어주시고는 예쁘게
시화로 만들어 나누어주시던 일이
하늘에 별을 심는 일이셨나요,
도심에서 별을 찾기가 무망한 일이 되어버린
이 혼탁한 시대에 아이들 하나하나
지상의 별로 띄우는 일이
선생님이 생각하는 교사상이셨나요,

다들 승진의 돛 높이 올리고
연구점수다, 농어촌점수다
어깨에 계급장처럼 장식하고
바다가 있는 쪽으로 흘러갈 때도

큰 물 진 날, 풀잎을 물고 늘어지며
제 고향에 남는 물고기처럼
학급을 지키신 선생님,

가을날, 이파리처럼 떠나간 아이들이
험한 파도에 시달리던 동료들이
문득 그리워 찾아오면
그 때 그 자리 한결 같이 서서
가슴에 꼭 간직했던 옛이야기 불러내시는
그대, 이름 없는 나무여,

우리들의 이야기가 별이 될 때까지
별똥별이 되어서 스러질 때까지
내내 강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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