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고된얘기 내게 들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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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고된얘기 내게 들려주렴”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6.11.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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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수 진 선생님(원주 학성초교4-5 담임)
 ‘도대체 왜 그러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 넣을 가방을 급식소까지 메고 다니는 열혈 도서관파도 있고, 계절이 바뀌든 말든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는 일편단심 축구파도 있습니다. 기막힌 장난 아이디어를 다수 보유한 천재 같은 사람도 있고 미용실에 정리노트를 들고 갈 만큼 성실 노력파도 있습니다. ‘탁사모’ ‘야싫모’ ‘주몽파’ ‘대소파’도 있습니다.
 기억에 남을 잘못 몇 개쯤 저지르고도 도리어 그 일을 되새기며 다같이 깔깔거리며 좋아 하는, 그럼에도 우리끼린 ‘사랑해’ ‘아니에요. 내가 더 많이 사랑해요’를 장난스레 남발하는 희안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별로 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으로서 고개를 높이 들기가 왠지 어색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이 아이들이 무엇을 가졌는지 최대한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이 그 어떤 것에도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세상을 향해 나가도록 지켜봐주고 격려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몫은 스스로가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몽실몽실 피어오른 초록 잎사귀처럼 여리고 작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 꼬맹이들이 오늘 보니 어느새 나뭇잎의 향기를 맡을 줄 알고 유난히도 힘이 넘치는 아이가 되어 있습니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 세상에서 지칠 때, 그 고됐던 이야기를 내게도 들려줄까? 혹시 누군가 내게 와서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니 지금부터 저는 잘 들을 준비를 해나가야겠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얘들아, 내가 더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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