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내게 준 순수함 지금도 생생하구나!
상태바
18년전 내게 준 순수함 지금도 생생하구나!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6.12.12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원 영 선생님(춘천 조양초교)
 내가 교사로 아이들을 처음 만난 건 지금부터 18년전이다.
 선생님 한 분이 출산휴가로 쉬게 되어 임시 교사로 근무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국도변에서 내려 언덕을 넘어 양옆으로 푸른 숲이 우거진 골짜기를 30분을 걸으니 마을이 나타났다. 옛날이면 번성했을 마을이었지만 국도가 새로 생기면서 한적해진 마을이었다.
 그 분교에서 여덟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1학년 일곱 명, 2학년이 한 명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은 내 곁으로 몰려왔고 싸 온 반찬을 정겨운 미소를 지으며 꺼내놓았었고 나는 그런 아이들의 순수함에 푹 젖었었다.
 날마다 받아쓰기를 하는데 받아쓰기에 한시간, 고쳐 쓰는데 한시간이 걸렸다. 다시 받아쓰기 한시간 1학년 아이가 울길래 물어보니 집이 멀단다. 같이 손잡고 걷고, 업고 걷고, 손잡고 걸으니 40분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들 수준은 생각도 안하고 긴 문장을 불러주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얼마 후 서른 명 남짓한 학생들과 마을사람들이 어우러져 운동회를 열었다. 학생은 얼마 안되지만 다채로운 경기가 진행되었다. 고학년이 진행한 인공위성이라는 게임은 열기구를 띄우는 것이었다. 그 열기구가 하늘을 높이 날 때 아이들의 마음도 그 열기구에 실려 가는 느낌을 받았다.
 임시교사 끝날 때가 되어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1학년 여자 아이 하나가 발그레진 얼굴로 무엇인가 들고 나왔다.
 “선생님 선물이예요.”
공책이었다. 지금도 1학년 아이들이 주로 쓰는 네모칸 공책이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 선생님에게 필요해서 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날마다 아이들을 즐겁게 만나는 건, 그때 본 그 아이들의 순수함이 지금 만나는 이 아이들 속에도 가득하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