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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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7.05.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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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선생님(원주 신림초4)
 설렘으로 시작한 3월이 가고, 이제 푸르른 5월이 되었다.
 새내기의 열정과 젊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던 기대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과연 나는 좋은 선생님일까’라는 고민이 앞선다. 아이들과 매순간 여러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그 고민은 더욱 커져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교단 일기를 쓴다. 그날 있었던 일과 내가 고쳐야 할 점, 좋았던 점 등을 기록하고 하루를 반성하는 것이다.
 교단 일기 속 3월 21일.
 우리반 아이가 장수벌레를 가지고 왔다. 그러자 아이들 모두 장수벌레가 사는 톱밥에 물을 번갈아 주며, 아끼고 예뻐했다.
 근데 친구와 다툼이 많은 녀석 하나가 방과 후 혼자 남아 장수벌레를 꺼내어 이리저리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곤충도 소중한 생명이라며 아이를 꾸짖었다. 하지만 아이의 관찰기록장을 본 후, 나는 그것이 장수벌레를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임을 깨달았다.  아이에게 편견을 갖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깨달은 첫 번째 좋은 선생님의 모습이다. 그 이후 나는 아이에게 사과를 하고, 아이가 관찰한 내용을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것을 정성스레 들어주었다. 아이와 더욱 친밀해 지면서 장수벌레에 대해 나또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교사의 그릇된 생각으로 아이를 평가한다면, 아이의 잠재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무서운 결과가 나타난다. 내가 그 아이에게 계속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곤충 박사’라는 그 아이의 보물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교단일기가 점점 늘어갈수록 좋은 선생님의 길이 내게 가까워진다는 것을 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라는 아이들의 속삭임이 끊이지 않을 때까지, 내 교단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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