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된 까막딱따구리 엄마 몫까지 “끼이이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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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 된 까막딱따구리 엄마 몫까지 “끼이이읍”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06.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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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남산면의 한 농촌마을에 까막딱따구리가 둥지를 틀었다.
죽은 소나무 3∼4m위 둥지에 세 마리의 새끼가 고개를 내밀고 어미를 부르고 있다.
“끼이이읍” “끼이이읍” 둥지 주변에서 아비의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먹이를 입에 문 수컷은 둥지로 연방 먹이를 나른다.
큰나무가 있는 산림에 서식하는 까막딱따구리는 천연기념물 제242호로 대형의 딱따구리다.
고목나무 틈을 파고 사슴벌레, 장수애벌레 등을 즐겨 먹으며 암수가 교대로 둥지를 파고 공동으로 새끼를 키운다.
이곳의 까막딱따구리는 암컷이 없다.
보통 30분마다 암수가 교대로 어린 자녀들에게 먹이를 날라 주지만 수컷 혼자서 먹이를 먹이고 있다.
1시간 정도로 먹이를 공급받는 새끼들은 항상 배고픔에 어미를 찾고 있다.
알을 부화시키고 나서 암컷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경계심이 많다.
둥지에 이상이 생기면 주변에서 한참 경계를 하다가 나타나곤 하는데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홀아비가 된 수컷은 목에 난 털이 거의 벗겨졌다.
홀로 새끼를 키우느라 체력이 바닥이 난 모양이다.
새끼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먹이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육상태가 늦다.
두 마리는 둥지를 떠날 정도로 커서 어깨가 둥지 밖으로 나올 만큼이 됐다.
막내의 발육 부진으로 홀아비는 고민에 빠져있다.

이소 시기도 고민이다.
주변 여건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둥지가 민가 마당에 서 있다.
본격 농사철이 되면서 트랙터와 경운기 그리고 농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홀아비는 서둘러 이소를 결정해야 한다.
둥지 주변 숲에서 “끼이야” “끼이야”하고 새끼들을 부른다.
새끼들이 둥지에서 나갈까 말까 망설인다.
둥지 밖 낯선 곳으로 나가기가 겁나는 모양이다.
둥지로 날아든 아비는 나무를 “뚜드둑” “뚜드둑” 두드리며 이소를 재촉하고 있다.
가장의 노동력 상실은 새끼들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새끼들을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환경이다.
암수의 역할을 혼자서 해내고 있는 홀아비 까막딱다구리는 온 힘을 다해 새끼를 양육해 감동을 주고 있다.

김남덕 선생님
강원일보 사진부장
ndkim@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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