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아이들이 원하는 창의적 학습·놀이터…학교 공간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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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아이들이 원하는 창의적 학습·놀이터…학교 공간이 변화한다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1.09.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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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교육 혁신 사업

◇홍천초교에 설치된 실내 놀이공간, 새롭게 바뀐 도서관을 이용하는 삼일중 학생들, 학생 참여로 탈바꿈한 강릉제일고 도서관, 문혜초교에 조성된 실내 놀이공간.

 

 
학교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나란히 줄을 맞춰 놓은 책걸상과 교탁으로 설명되던 획일적인 학교 공간이 학생들과 교사의 생각을 입고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다. 수년 새 학교 공간 혁신사업이 전국 학교로 뻗어 나가면서 강원지역에도 통통 튀는 모습을 갖춘 학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교 공간의 탈바꿈은 학생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2019년부터 ‘모두놀터·학교도서관 감성 디자인 프로젝트' 추진
철원 문혜초 놀이공간·강릉제일고 도서관 리모델링 등 대표적
“공간 혁신에 학생들 직접 참여·구축…모든 과정이 큰 배움”


■설계부터 시설 이용까지 학생 중심으로=지난해 2월 철원 문혜초 교사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자료실로 쓰던 빈 교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공간으로 교실을 새롭게 꾸미기로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개학 이후에는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우리가 원하는 놀이공간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며 의견을 모았다.

양희정 교사는 “교과목의 성취 기준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공간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했다”며 “미끄럼틀이나 시소 같은 기성품으로 놀이공간을 꾸밀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창의적인 놀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욕구를 해결해 주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면 ‘미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아이들이 동적인 공간을 원하는구나', ‘탐험할 수 있는 곳을 원하는구나'로 해석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복층 공간을 조성했고 철봉을 천장에 매달아 활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했다.

뛰어놀기를 원하는 저학년을 위해 바닥에 매트를 깔았고,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고학년을 위해 이동형 벤치도 마련했다.

자연히 놀이 공간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됐다. 이용을 원하는 아이들이 몰리자 학생들이 스스로 놀이 시간을 나누는 규칙도 만들었다. 이정은 교사는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도 여기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논다”며 “아이들이 에너지를 쏟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 학교 건물 안에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설계, 도면 참여하며 함께 공간 바꿔=강릉제일고는 지난해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이 과정에 참여할 학생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건축 분야를 진로로 희망하는 학생 9명이 모였고 설계 단계부터 모든 과정에 참여하게 했다. 학생들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서관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 지 다른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구했고 도면을 직접 그렸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2학년 김수환 학생은 “도서관에 관심이 생기니 점심 시간 발걸음이 저절로 도서관으로 향했다”며 “내가 작성한 도면이 반영된 도서관에서 친구들이 공부하고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인문학 활동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2층에 토론과 강연이 가능하고 동아리 활동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김태현 학교도서관 사서는 “리모델링 이후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수가 굉장히 늘었다”며 “특히 다양한 창작활동이 가능한 2층은 자유롭게 오가며 탐구활동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낡은 시설 교체 아닌 학생 주체돼 공간 변화=강원도교육청은 학교공간 조성사업으로 2019년부터 실내 놀이공간을 만드는 ‘모두놀터 프로젝트'와 ‘학교도서관 감성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을 받은 학교는 모두놀터 92개교, 학교도서관 241개교 등 총 333교에 이른다.

모두놀터는 방과후 돌봄교실과도 연계되고 있고, 인제 원통초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참여하는 ‘잘노는 우리학교 만들기 사업'의 대상 학교로 놀이친화적 환경 개선이 이뤄진다.

이 같은 학교 공간 조성사업들의 핵심은 학교 구성원의 참여로 학교공간을 바꿔 간다는 것에 있다.

전국의 학교 공간 혁신사업에 다수 참여한 홍경숙 건축가는 “학교시설이 낡아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아닌 학생들이 주체가 돼 학교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건축가는 “사업명은 학교 ‘공간' 혁신이지만 사실은 학교 ‘교육' 혁신이다”라며 “직접 참여하고 구축해 보는 모든 과정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정말 큰 배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곡초 홍은영 교사는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편안한 쉼터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도서관 감성 디자인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홍 교사는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모두의 의견을 취합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내년 사업을 위해 학교 공간 조성 보고서와 함께 가이드 라인을 일선 학교에 제작·배부할 예정이다. 학교 공간의 변화가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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