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너무 바쁜 강아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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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너무 바쁜 강아지(상)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08.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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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요놈의 강아지가 날마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원! 쯧쯧.”
할머니는 아까부터 집 안을 돌아다니며 마루를 찾았습니다.
앞마당 뒷마당 헛간까지 죄 찾아보았지만, 마루는 일찌감치 집을 나가고 없었습니다.
마루가 이렇게 날마다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마루는 빈 개 밥그릇을 핥으며 하릴없이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옆집 야옹이도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치, 달랑 나 혼자 남았네.’
마루는 혼자 놀려니 심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을 전체가 낮잠에 빠진 듯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사람들도 들일을 나갔는지 도통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너무 조용해.
도대체 사람 사는 마을 같지가 않아.”
마루는 투덜거렸습니다.
하긴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마을은 명절 때가 아니면 사람 그림자 구경하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마실이라도 다니면 덜 심심할 텐데.”
마루는 입을 쑥 내민 채 투덜거렸습니다.
그때 빨간 오토바이를 탄 우체부 아저씨가 앞마당에다 편지 한 통을 휙 던지고 가는 게 보였습니다.
무심코 편지를 바라보던 마루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습니다.
“옳지, 그래.”
마루는 편지를 입에 물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러곤 할머니 집에서 제일 먼 곳에 사는 범수 할아버지네 마당에다 편지를 툭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얼마 전에 할머니를 잃고 혼자 사는 할아버지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범수 할아버지가 뚜벅뚜벅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정우 할멈, 서울에서 온 정우 편지가 왜 우리 집으로 배달되었는지 모르겠구려.
아무래도 새로 온 집배원이 잘못 넣은 것 같소.”
할아버지는 편지를 내밀며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래서 일부러 우리 집까지 발걸음을 하셨구려.
그래, 몸은 좀 어떠시우? 참, 오늘 냉잇국을 맛있게 끓였는데 한 그릇 드릴까요? 향긋한 게 먹을 만 해요.”
할머니는 대답을 들을 겨를도 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냄비에다 국을 담아 내왔습니다.

“허,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참, 아무튼 잘 먹으리다.”
할아버지는 못 이기는 체 냄비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마치 소꿉친구처럼 다정히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지나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두 분은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친구였답니다.
마루는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실실 웃었습니다.
그날부터 마루는 밥을 먹기 무섭게 마을을 살랑살랑 돌아다니며 일을 꾸미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참, 이상한 일이네.
신발 한 짝이 도대체 어디로 갔지?”
갓 시집 온 새댁이 아침부터 신발 한 짝을 찾느라 야단이었습니다.
마룻장 밑도 들여다보고, 마당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장날, 남편이 사다 준 예쁜 꽃무늬 신발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이거 혹시 새댁 신발 아니우? 우리 집 마당에 떨어져 있던데.”
옆집 아줌마가 낯익은 신발 한 짝을 들고 대문을 들어서며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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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선생님 동화작가 kyuhee3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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