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일기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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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일기장(상)
  • 이정순
  • 승인 2020.03.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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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장에서 몰래 엄마의 빛바랜 일기장을 본 혜은이는 얼굴이 확 달아오릅니다. 가슴도 쿵쿵 뜁니다.

사랑하는 우리 혜은이. 내가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정말 예쁘게 잘 키우고 싶다.’

일기장속의 갓난아기 사진 밑에는 우리 아기 혜은이라는 글자도 보입니다. 혜은이는 믿을 수가 없어서 잘못 읽었나

싶어 눈을 부비고 또다시 읽어봐도 같은 것 입니다

지금의 엄마가 내 새엄마라니? 그럼 내 친엄마는 어디에?’

너무나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 혜은이는 그날 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냅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그동안 아주 가끔 엄마에게 야단맞았던 일이 어쩌면 자신이 미워서 엄마가 그랬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혜은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며칠을 끙끙 가슴앓이를 합니다.

엄마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엄마의 일기장을 몰래 엿봤다는 걸 알면 엄마가 엄청 화를 낼 게 뻔합니다. 자꾸만 엄마의 눈치만 살피게 됩니다.

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 혜은이는 힘없이 거울 앞에서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학예회가 있는 날입니다.

"혜은아, 오늘 실수하지 말고 잘 해.”

엄마가 다가와 이것저것 참견을 합니다. 혜은이는 엄마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짧게 대답을 합니다.

예쁜 옷 입고 가야지. 사람들도 많이 보는데.”

엄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혜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죽이며 톡 쏘아 부치 듯 대꾸합니다. 엄마가 무슨 말만 하면 이상하게 짜증이 밀려옵니다. 엄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엄마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고 맙니다.

"내가 어린애야? 엄마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제발 걱정 마. 엄마. 난 엄마의 잔소리 이제 지겹단 말이야."

혜은이는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며 아까보다 더 바쁜 척 합니다.

얘가 요즘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네. 너 챙겨줄려고 그러는 건데. 너 무슨 일 있니?”

엄마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에게 짜증을 내는 혜은이를 똑바로 쳐다봅니다.

날 그냥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혜은이는 큰소리까지 내며 투덜댑니다. 귀를 막는 시늉까지 합니다.

"시간 내서 내가 가볼게. 혜은아."

혜은이가 더 이상 아무 대꾸를 하지 않자 엄마는 그제야 혜은이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방안을 나갑니다.

엄마 학교에 오지 마. 알았지.”

집을 나선 혜은이는 마음이 언짢습니다. 아침부터 심하게 짜증을 부렸더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자꾸만 눈가에 눈물이 어리고 울고만 싶어집니다. 그동안 엄마에게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엄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습니다.

학예회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강당에는 학부모님들이 하나 둘 모여 듭니다. 혜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하윤이는 엄마가 왔다고 쪼르르 달려가고 윤지도 엄마를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혜은아, 엄마는 언제 오시니?”

친구들이 혜은이 주위를 빙빙 돌며 묻습니다. 하지만 혜은이는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몰라 나도. 엄마가 바쁘다고 하셔서......”   (다음편에 계속)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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