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고모 시집가던 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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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이 고모 시집가던 날(하)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11.19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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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엄마 아빠 하객 모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할머니도 오셨더라면…….”

수영이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앗!”

수영이는 자기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예식장 뒤편에 할머니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많은 사람 속에서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하……할머니!”

수영이는 벌떡 일어나 사람들 속을 헤치며 뒤쪽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할머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잘못 봤나?”

수영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습니다.

무사히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오자마자 수영이는 할머니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할머니는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방 안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습니다.

수영이는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아까 결혼식장에 오셨었지요? 그렇지요?”

“내가 거길 왜 가느냐?”

할머니는 여전히 쌀쌀맞게 말했습니다.

수영이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수영이는 할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몰래 엿보니 할머니는 예쁜이 고모 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이것아, 그렇게도 좋아? 하긴 둘이 나란히 있는 걸 보니 잘 어울리더구먼.

그래, 부디 알콩달콩 오래오래 잘 살아라.”

할머니는 사진을 꼭 껴안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수영이는 빙긋 웃으며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았습니다.

다음 날, 온 식구가 일요일을 맞아 느긋하게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집 안으로 인부 몇 명이 들어왔습니다.

“아니, 무슨 일이에요?”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아, 모르셨나요? 이 집 할머니께서 마당에서 현관으로 올라가는 문턱이 너무 높다고 드나들기 좋게 공사 좀 해달라고 해서 왔는데요.”

“내가 이젠 늙어서 그런지 넘어 다니기 힘들어서 좀 고치라고 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습니다.

“네에? 아……알았어요.

어머니!”

그제야 엄마, 아빠는 마주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떠난 예쁜이 고모와 고모부가 이걸 알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수영이도 저절로 입이 달덩이처럼 벌어졌습니다.

이규희 선생님 동화작가
kyuhee3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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