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연주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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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연주가 가능할까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12.17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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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인기리에 방영됐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아닐까 합니다.

클래식을 소재로 하여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가는 장면을 감동깊게 표현한 이 드라마에는 바이올린 연주자 ‘두루미’가 등장합니다.

긴 머리에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선머슴 같은 성격을 지닌 두루미는 청신경 종양이라는 병으로 청각을 상실합니다.

종양은 제거하지만 결국 듣지를 못하게 되는 두루미! 그러나 두루미는 지휘자와 눈빛으로 교감을 하면서 바이올린을 켜고, 그 장면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들게 합니다.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연주가 가능할까요? 유명한 작곡자 베토벤도 청력을 잃은 후에 뛰어난 연주곡들을 작곡했습니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 비밀은 바로 뇌에 있습니다.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게 되는 뇌출혈은 한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것은 뇌손상이 있는 해당 뇌 부위와 연결된 손과 발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인데, 재활치료를 통해서 못 쓰는 손과 발의 사용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손상된 뇌를 대신할 경로를 뇌의 다른 부위에서 만들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통해서 가능한데,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두루미의 청력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사고로 눈을 잃은 후에 점자를 통해서 책읽은 연습을 하게 되면, 손끝으로 책을 읽을 때 감각피질 대신 뇌의 시각피질(눈으로 본 정보를 판단하는 뇌의 부위)이 활발하게 반응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즉 뇌는 하나의 감각이 차단되면 그 기능을 대신하거나 보완할 다른 감각을 더 예민하게 발달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뇌의 이러한 재편성 기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따라서 두루미 같이 청각을 잃은 연주자도 뇌의 보상 원리에 의해서 뇌의 감각 기능이 재편성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뇌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복원력이며, 뇌가 가진 놀라운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손준호 선생님
강원뇌교육협회
ehaho@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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