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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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8.12.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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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은 영 <인제초 교사>
가을을 만끽하기도 전에 벌써 겨울이 온 것 같습니다.

아직 교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은 울긋불긋 가을이 완연한데 아이들이 돌아간 텅 빈 교실은 한기가 돕니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눈, 크리스마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 방학.

아이들에게 ‘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방학이요!”하고 외칩니다.

저 역시 방학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에요.

오랫동안 아이들을 못 보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저도 학생 신분을 뗀 지 아직 3년밖에 안 된 풋내기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 때이던가.

엄마가 직접 짠 털조끼를 선물해주셨어요.

어찌나 좋던지 매일 그것만 입고 다녔어요.

“이거 우리 엄마가 직접 짜 주신 거다”하고 자랑하며 말이죠.

그랬더니 금세 닳고 말았습니다.

그땐 그게 너무 속상해서 털조끼를 껴안고 엉엉 울었어요.

엄마에게 다시 짜달라고 졸라서 벙어리장갑을 얻어내고 말았어요.

우리 엄마는 저에게 시린 겨울 따뜻한 털조끼, 벙어리장갑 같은 존재예요.

옷가게에서 사는 예쁜 조끼나 장갑에 훨씬 못 미치는, 엉성하고 촌스러운 조끼이고 장갑이었지만 그 속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그해 겨울이 저는 참 따뜻했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어요.

엄마에게 무언가를 해 달라고 조르지도 않죠.

바쁘단 핑계로 마주 앉아 도란도란 못다 한 이야기를 펼칠 시간도 내지 않아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하기가 점점 힘이 드네요.

아홉 살의 저에게 엄마가 해주셨던 마음 듬뿍 담긴 조끼와 장갑을 이번 겨울에는 제가 엄마께 선물해드려야겠어요.

우리 엄마도 그때의 저처럼 따뜻한 겨울을 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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