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설화>양구 파로호 광대바위
상태바
<우리 지역 설화>양구 파로호 광대바위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9.03.06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구읍 파로호에 바위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는 광대바위가 있습니다.

이 광대바위는 처음에 산 중턱에 있어 동수리에 있는 용의 머리와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만수(물이 가득 참) 때에는 고기 떼가 모여들어 낚시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나 많은 강태공(낚시꾼)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바위는 지금 자리보다는 더 위인 산 중턱에 있었으며, 그 생김새가 마치 광대와 비슷하다 하여 광대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그러던 바위가 현재의 위치로 굴러 떨어지게 된 데는 재미나는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약 400여 년 전인 조선 숙종 임금 때 인제 출신인 홍종백이란 유명한 풍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남면 용하리에 살고 있는 파평 윤씨 집안의 부탁을 받고 좋은 자리에 조상의 묏자리를 잡아 줬습니다.

광대 바위가 바로 앞에 보이고 동수리의 용머리와 마주보는 아주 좋은 곳에 묏자리를 잡아 주면서

“이곳에 조상을 모시면 자손들이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올라 차츰 승차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주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나의 공로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그렇게만 되면 틀림없이 은혜를 보답하리다.”

윤씨 자손들도 굳게 약속을 하였습니다.

홍 지관의 말대로 그 자리에 묘를 쓰고 난 뒤에 자손 윤세정이란 사람이 1639년(숙종 25년)에 무과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올랐습니다.

도총이란 관직에서 시작, 차츰 올라가 경상남도 함안군에 있는 철원 현감과 웅진 수사에까지 승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현감이 되었을 때 풍수 홍종백이 관아로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윤 현감은 지난달 홍 지관의 은공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듯 괄시하고 냉대해서 그를 쫓아 보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어찌 이 정도의 벼슬을 가지고 나를 능멸하려 든단 말인가?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부탁하였건만.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내 오늘의 이 수모는 꼭 갚아줄 테니…….’

몹시 분개한 홍지관은 마음 깊은 곳에 꼭 앙갚음을 하고 말리라고 굳게 다짐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함춘리에 돌아온 그는 마을의 좌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그들을 충돌질했습니다.

“이 함춘 마을은 산수가 그 어느 곳보다 출중한 곳입니다.

한 점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지요.

그런데 단지 윤씨 묏자리가 있는 저 광대바위가 있어서 그것이 흠입니다.

저 광대바위 때문에 이곳 함춘 마을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항상 양반들에게 역놈이라 천대받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조손 대대로 억울한 일이란 말입니까? 모두가 저 광대바위 때문이니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저 광대바위를 굴려 떨어뜨려 버려야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우리야 그 역놈 소리 지긋지긋 하지만 그랬다가 혹 더 큰 화를 입을까봐…….”

“설마하니 제가 여러분들에게 없는 말을 하겠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어서 저 광대바위를 굴려 떨어뜨리세요.”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도 양반들에게 천대받고 역놈 소리 듣기가 가뜩이나 싫었는데 용한 풍수의 말을 듣고 보니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바로 광대바위 처리를 위한 의논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온 마을의 남녀노소가 모두 힘을 모아 그 바위를 굴려 떨어뜨리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굵은 밧줄로 바위를 묶어 잡아당기자 그 큰 바위도 마침내 벼락치는 소리를 내면서 갯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원래 풍수 홍종백이 윤씨 문중의 묘를 거기에 잡아준 것은 이 광대바위가 바로 정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대란 원래 관청에 소속되고 있는 것이므로 그 광대바위가 묘의 정면에 있음으로 해서 대대손손 벼슬이 높아지게 되는 명당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홍 지관의 계략에 의해 이 광대바위가 갯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버렸으니 그 묘의 정기는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홍 지관이 계략을 부려 앙갚음으로 광대바위를 바닥에 떨어뜨린 탓인지는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세연에겐 좋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철원 현감이었던 윤세연은 웅진 수사로 발탁이 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도중 그만 파직을 당하여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공교롭게도 홍 지관이 광대바위를 떨어뜨린 시점과 파직된 시점이 너무나 일치했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료제공=양구문화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