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정 학부모 (비봉초교 4학년 박지은 어머니)
‘툭툭툭’ 프라이팬에서 팝콘이 튀겨지듯 하얀 꽃망울을 터뜨려 화사함을 자랑하던 벚꽃.‘스르르르’ 입 속으로 들어오기를 재촉하는 땅 위로 눈발 날리듯이 떨어져 없어졌다.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벚꽃은 4월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감사의 달’ 5월도 벌써 다 지났다.
해가 갈수록 감사하고 싶은 분이 더 많아진다.
항상 곁에 있어 감사함을 전하지 못했던 가족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5월8일 어버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를 쓴다.
올해도 아이는 편지를 썼는지 학교를 마치고 헐레벌떡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단숨에 들이켜면서 “엄마, 편지 온 거 없어요?” 라고 묻는다.
“무슨 편지, 편지 올 거 있니?” 아이가 기다리는 편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있어요.
피아노 학원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할게요.”
아이는 깡충거리며 학원으로 뛰어갔다.
오전에 우편함에 들어있던 핑크빛 편지한 통.
예쁜 꽃그림 편지지에 또박또박 정성스레 쓴 편지.
1학년에 입학해 등에 맨 책가방이 무거워 휘청거리던 아이.
삐뚤삐뚤 글씨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연필로 줄을 그어 한 글자 한 글자 내려쓴 편지.
그해 아이를 입학시키고 처음 받아 본 편지를 읽으며 남편과 나는 눈시울 적셨었다.
오전에 도착한 편지에는 훌쩍 커버린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제법 헤아리고 있었다.
마음이 담긴 편지는 그 어느 멋진 선물보다 큰 감동이다.
아이의 편지를 읽으며 난 그동안 어린아이처럼 감사의 마음을 마음속에 꽉 쥐고 산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반성했다.
지금 이 시간 늦지 않았다면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드려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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