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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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9.06.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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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학부모 (정선초교 고연재(4년) 고연탁(1년) 어머니)
웅성거리는 소리에 창문을 연다.

부지런히 땅만보고 가는 아이, 친구와 수다를 떨며가는 아이, 앞서가는 친구를 쫓아 가는 아이도 있다.

학교앞이 집이다보니 아침마다 보는 풍경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산골학교였다.

걸어서 40분은 가야 겨우 도착할수있는 작은 학교였다.

그러다보니 걷기보단 항상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새벽밥을 해주시고 밭으로 일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세 동생을 챙겨 밭두렁을 지나고 산길을 내달리던 어린시절.

하지만 힘들다거나 불평하기보단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먼 길을 오가다보니 허기지기 일쑤지만 그럴 때면 밭에서 튼실히 자란 무를 뽑아 간식으로 먹었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기도 했다.

나의 모교 옆에는 키큰 미루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앞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위엄을 뽐내고 교문 양옆엔 벚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줄지어 있던 미루나무도 잘려서 밑둥만 남았지만 그래도 소나무와 벚나무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듯이 말이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두 아들과 전쟁을 치르지만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지고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있다.

아이들이 초록의 잔디밭을 뛰어노는 모습을 창문만 열면 볼 수 있고 700년을 참고 견딘 은행나무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듯이 그 자리에 당당히 서 있는 아이들의 학교.

내 어린 시절을 소나무와 벚나무가 지켜줬듯이 우리아이들은 은행나무가 듬직히 지켜주고 있다.

“와∼” 하는 환호소리와 음악시간의 리코더소리, 얼마나 정겨운가.

자동차소음과 뿌연 안개로 뒤덮인 도시의 모습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비록 명문 학원도 없고 세대로 된 문화생활도 누릴 수 없지만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는 산이 있고 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속삭이고 푸른 하늘은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품게 만든다.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교육환경이 아니겠는가.

남들은 말한다.

“정선에 살아요! 그 두메산골에” 하지만 남편은 자신 있게 얘기한다.

자연과 함께 숨쉬고 서로 잘 통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라고 말이다.

쿵쾅쿵쾅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들과 전쟁을 치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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