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만 쳐다보면 숲을 보지 못한다
상태바
한 그루의 나무만 쳐다보면 숲을 보지 못한다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9.12.11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애 학부모(양구 비봉초교 노찬규·석규 어머니)
겨울이 되고 보니 분주하기만 하던 농촌 들녘이 텅 비어 있다.

들녘은 찬바람과 매서운 눈서리를 맞으며 겨울을 이기면서 봄을 준비할 것이다.

농사 중에 자식 농사가 가장 힘들다고 했던가.

사랑으로 키운다고 하지만 내 맘 같지 않다.

엄마들은 모이기만 하면 자녀교육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제부터인지 열린 교육이라며 공교육 문턱이 낮아졌다.

근엄하기만 했던 선생님은 가까운 삼촌, 고 학년은 형 누나 같이 느껴질 정도다.

초등생을 둔 엄마일수록 아이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자고 말 하고 싶다.

운동장은 있지만 그곳에서 뛰어 노는 아이는 없다.

행여 아이가 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왜 누가 그랬는지 수소문하기 바쁘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다칠 수도 있다.

교문 앞에서 차 세우고 기다리다 우유 하나 먹여 학원 데려다 주고, 다음날 준비물 빠짐없이 챙겨 주고 때론 과제물도 대신 해준다.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도 참 바쁘다.

과연 이것이 옳은 방법인지 고민해 볼 일이다.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빌려 쓰기도 하고 선생님께 야단도 들으면서 창피함도 당해 보고 벌도 받고 청소도 해 보아야 한다.

뭐든 해 봐야 경험이 쌓인다.

경험이 있어야 대처하는 능력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난 농부의 아내이면서 두 아들 녀석의 엄마이다.

대부분 바쁜 농사일로 아이들에게 소홀하기 쉽지만 무관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욕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학교 가고 나면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농부는 봄이 되면 씨를 뿌리고 기다린다.

싹이 나고 충실한 열매를 맺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농부는 재촉하지 않는다.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씨를 뿌리고 적절한 영양만 공급하면 자연이 알아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자연의 햇빛과 바람과 비가 양분이 된다.

충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어느 한 가지도 거스름 없이 받아들이고 기다려야 한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나무 한 그루는 절대 숲을 이루지 못한다.

나무 한 그루만 쳐다보면 절대 숲을 보지도 못한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는 여유로움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촌 아낙의 세상 보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