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상)
상태바
항아리(상)
  • 이정순
  • 승인 2019.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각또각 또각......”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 후 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뒤이어 외할머니도 들어오셨습니다. 엄마의 한 손에는 큼직한 가방이 들려 있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보따리가 보였습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는 재빨리 일어났습니다. 할머니는 숨을 훅 내쉬었습니다. 몹시 힘이 드신 얼굴이었습니다.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나는 쪼르르 달려가 외할머니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우리 현이, 엄마 말 잘 듣고 잘 있었나?”

외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외할머니의 쭈글쭈글하고 꺼칠꺼칠한 손이 내 볼을 스칠 때마다 따끔거렸습니다. 외할머니는 일 년에 딱 한 번 우리 집에 오십니다. 그것도 가을 추수가 끝날 때입니다. 나이가 많으신 외할머니는 혼자 힘으로는 어딜 다니지 못하십니다. 이번에도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엄마는 아침 일찍 멀리 상주까지 가야 했습니다. 엄마는 서둘러 외할머니의 짐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고들빼기, 깻잎, 고추튀김, 들기름 병이 나왔습니다. 시골 냄새가 솔솔 풍겼습니다. 외할머니는 혹 음식물이라도 흐를까봐 비닐봉지를 서너 번씩이나 돌돌 말아왔습니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짐을 풀 때마다 참견을 합니다.

“야, 야...... 이건 내가 한여름 내내 풀 뽑고 거름 줘서 농사지은 거다. 올해는 제법 많이 기름을 짰지 뭐야.”

하시며 할머니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들기름 병을 들고서 엄마 코에 갖다 댑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이런 외할머니를 볼 때마다 꼭 볼멘소리를 합니다.

“엄마, 몸도 안 좋으신데 쉬시지 이런 건 뭐 하러 가지고 오세요? 이런 건 여기서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는데......”

“야가 무슨 소리냐? 힘은 들어도 농사지으면 자식들 골고루 나눠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네가 이런 걸 얼마나 좋아하냐?”

하시며 맞섭니다. 사실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 말씀대로 시골 음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는 햄버거나 피자 같은 것을 좋아하는데도 우리 엄마는 꼭 우리 땅에서 나는 것들만 먹습니다. 외할머니가 오시자 우리 집은 달라졌습니다. 외할머니의 기침소리에 엄마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나를 깨우는 아빠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고요. 밥상에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반찬이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이정순 사천초 교사 동화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