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세상과의 소통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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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세상과의 소통 창구
  • 최인홍
  • 승인 2019.0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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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가 읽어주던 신문
지식과 상상력 키워주는 길이 돼
자녀·손녀에게도 `신문 읽기' 전해

이른 아침 노모에게 신문을 읽어 드린다.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어머니는 텔레비전 뉴스도 보시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현관에 놓고 간 신문을 들고 들어오시지만 시력이 떨어져 읽으시지 못한다. 어느 날부턴가 어머니에게 신문을 읽어드리기 시작했다.

이젠 어머니가 먼저 신문 읽기를 청한다. 신문 읽는 아들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아들과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아서, 무엇보다도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 `신문 듣기'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씀하신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아들을 앉혀 놓고 신문을 읽어 주셨다. 시골에 사는 우리에겐 신문이라기보다는 구문이었다. 우편을 통해 배달돼 늘 신문이 발행일보다 하루이틀 늦게 배달됐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후 아버지가 읽어주시는 마을 밖의 소식은 나를 우리나라 전체로, 지구촌 곳곳으로 인도해 주는 지식과 상상력을 기르는 길이 돼 줬다. 아버지는 그 시간을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시간이라고 하셨다.

아버지 덕에 나는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세상의 소식을 가장 잘 아는 아이가 됐다. 어제는 마을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먼저 묻곤 했다. 양지바른 토담 옆에 모인 동네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신문 읽기를 통해 들은 소식을 신이 나서 전해주곤 했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겨난 궁금한 것들에 대해 온갖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양지바른 토담 아래서 자연스럽게 펼쳐진 NIE(신문활용교육) 교육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버지의 신문 읽기를 이어받아 나도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신문을 읽어주고 펼쳐진 신문 위에서 함께 뒹굴며 궁금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내 아이들도 분명 또래 중에서는 세상의 소식을 많이 아는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어른이 된 자식들은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이용한다. 다행인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뉴스가 아니라 신문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신문 뉴스를 읽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종이신문과의 친근감을 이제는 신문사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유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생활이 지루하다고 고향에 내려가신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가지고 간 신문을 읽어 드린다.

증조할머니 무릎에 앉은 세 살 종손녀가 큰할아버지가 읽어주는 세상의 소식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듣는다.

신문 읽기가 끝나자 종손녀가 엄마 아빠에게 읽어줄 거라며 신문을 들고 콩콩거리며 뛰어간다. 아직 글도 읽지 못하는데….


최인홍 전 대룡중 교장,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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