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나무 인제 수산리 복자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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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나무 인제 수산리 복자기나무
  • 김남덕
  • 승인 2019.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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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남면 수산리 732
 물과 산이 좋은 수산리

 수산리는 말 그대로 물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인제 신남에서 양구로 가다가 좌회전해서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간다. 도로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뒹굴어 차량이 지나갈 때 마다 도로에서 일어나 따라 나서기를 간청한다. 소양호 주변에 위치한 마을은 호숫길을 따라 가는 길이 환상적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을 가다 보면 마을 중간에 당산목이 보인다. 졸참나무로 주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있다. 나무아래 제단 안에는 누군가의 기원을 들어준 듯 소주가 놓여 있다. 마주오던 차량이 있으면 낭패다 싶을 정도로 길이 좁다. 전방을 눈여겨 바라보며 가다보면 자작나무, 소나무 등이 만든 풍경은 덤으로 만난다. 산들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고 소양호는 그 물감을 그대로 품어 1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요리 조리 좁은 길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곳으로 가다보면 도착을 알리는 시점에 복자기가 서 있다.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한 복자기는 곱게 단풍으로 갈아입고 새색시의 수줍은 자태를 닮아 있다.
 
 복자기를 만나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단풍나무과는 대부분 붉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워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 나무다. 단풍나무 과에 속하는 나무로는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신나무, 시닥나무, 산겨릅나무, 고로쇠나무, 복자기나무, 복장나무 등이 있다. 또한 단풍나무 종류는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되는 공통 특징이 하나 있다. 잠자리 날개를 닮은 열매가 쌍을 이루어 V자 모양으로 붙어 있는 점이다. 날개의 크기와 각도는 나무 종류마다 차이가 있어 나무를 구별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날개는 어미 나무에서 출가할 때 엄마와 좀더 널찍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 있다. 또한 나뭇잎이 갈라지는 개수에 따라서 종을 구별하기도 한다. 세 갈래는 신나무, 다섯 갈래는 고로쇠나무, 일곱 갈래는 단풍나무, 9갈래는 당단풍나무, 11-13갈래는 섬단풍나무(울릉도)로 구분한다. 여름 내내 초록으로 산속에 몸을 위장한 채 있다가 가을에 들어서면 이들 나무는 울긋불긋한 잎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중에 단풍이 가장 돋보이는 나무는 복자기다.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색감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진홍색 붉은 단풍은 산에 불을 붙일 듯한 기세다. 붉은 기운은 눈병마저 고친다고 하여 일본사람들은 안약나무라고 부른다고 전한다.
 
 슬로우 삶을 사는 나무

 복자기는 자람의 속도가 아주 천천히 느리게 자라는 나무다. 그래서 목질이 치민하고 견고해 나도 박달나무라고도 불린다. 고급 가구재 원료로 인기가 높다. 그 단단한 성질을 이용해 수레바퀴를 만드는 재료로 인기가 높았다. 옛사람들은 질기고 단단한 나무 성질을 한자어로 우근자(牛筋子)라고 했다. 소의 심줄같이 질기고 단단함을 표현한 말이다. 이 나무는 지난 2003년 11월15일 강원-인제 11호 보호수로 지정됐다. 언덕마루에 위치해 예전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쉼을 자청했을 법하다. 뿌리 부분은 도로로 인해 쓸려내려 가면서 지상부로 드러나 있다. 뿌리는 돌멩이를 품고 있다. 성질이 전혀 다른 것도 하나로 품는 포용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족도 포용하지 못해 다툼이 있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하듯 서 있다. 나무 둘레는 5.6m이며 나무 높이는 15m이다. 나무 수령은 400년으로 적고 있으나 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이 나무보다 더 큰 복자기는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령 보자기가 아닐까 한다. 나뭇가지는 자유롭게 펼쳐져 우산살처럼 펼쳐져 있다. 흙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망이 좀 눈에 거슬리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다. 복자기 단풍도 제각각 다른 색으로 옷을 입는다. 우리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단풍색도 다양하다. 일 년 내내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가지들이 받은 햇살 량과 숨 쉰 이산화탄소량이 각각 다르듯이 단풍도 모두 다르다. 사람들 숫자만큼 인생을 사는 방법이 다양하듯 복자기 단풍도 천 가지 만 가지 다르게 색을 발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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