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방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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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방법(4)
  • 이성엽
  • 승인 2019.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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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비법(4)
“진짜예요? 진짜죠? 야호!”
난 너무도 신이 나서 거실을 깡총깡총 뛰어 다녔어요.

“키 재는 기린 이제 떼어 버려야겠다. 130cm까지만 표시된 거라 이제 쓸모가 없네. 다른 걸로 사다가 붙여줄게.”
난 기린을 쳐다봤어요. 조금 전만 해도 입을 해죽이 벌리고 웃고 있었던 커더란 입이 왠지 쳐지고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들어찬 것처럼 보였어요. 순간, 어젯밤 기린이 내 키가 130cm가 되면 버려질까봐 걱정하던 그 말들이 다시 들리는 것만 같았어요.

“아빠, 저 기린 잘 접어서 저 주시면 안돼요? 쓸데가 있어서 그래요”
아빠는 키 재는 기린을 떼어서 잘 접은 후 제게 주셨어요. 난 그 기린을 가방 속에 구겨지지 않게 넣어 두었어요. 그날 밤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일찍 자면 다음 주말에 아빠가 놀이동산에 데려다 준다고 하셨거든요. 한참을 자다가 답답해서 잠에서 깨어나서 난 또다시 깜짝 놀랐어요.키재기 기린 녀석이 내 옆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난 그 녀석의 등을 쿡쿡 찔렀어요. 기린은 돌아보지도 않고 훌쩍 훌쩍 울고 있었어요.

“너 왜 울어?”
내가 묻자, 기린은 울먹거리며 말을 했어요.

“네 키가 130cm만 안 됐어도 여기 더 있으면서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너희 아빠가 알아차렸잖아.”
기린은 우리 집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는지 내 옆에 누워서 한참을 울었어요. 난 기린 등을 말없이 쓰다듬어 줬어요.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갔어요. 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동훈이가 드디어 학교에 오는 날이거든요. 오랜만에 학교에 나오는 동훈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어요.

“여러분,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돌아온 동훈이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줄까요?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동훈이를 반겨줬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동훈이는 전보다 훨씬 씩씩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보다 키가 작았어요.

“동훈이도 다시 왔으니까 우리 자리를 좀 바꿀까? 일단 키순서대로 서 보자.”교실 한가운데 키순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나는 동훈이 다음에 서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연우가 그동안 키가 많이 자랐네. 뒤쪽에 있는 도연이 뒤에 가서 서봐”
난 선생님 말씀대로 도연이 뒤에 가서 줄을 섰어요.
다음호에 계속

이성엽 201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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