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비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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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는 비법(1)
  • 이성엽
  • 승인 2019.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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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분명히 사과 두 개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왜 하나밖에 없지? 어제도 당근 하나가 없어졌던데, 이상하네.”

아침부터 엄마는 사과가 없어졌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네요. 아마도 아빠가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드셨거나 엄마의 몹쓸 건망증일 겁니다. 오늘도 난 입맛이 별로예요. 엄마가 주시는 카레도 영 내키지가 않아요. 억지로라도 한 그릇을 다 먹으라고 그러시는데, 멀쩡하던 배가 갑자기 아픈 거 같아서 반쯤 먹고는 도망치듯 식탁을 빠져나왔죠.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챙기려다 벽에 붙은 키재기 기린 앞에 등을 대고 키를 재봤어요. 역시나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같은 자리였어요. 혹시 조금이라도 키가 크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또 다시 무너져 버렸어요. 최소 130센티만 넘으면 더 바라지도 않을 텐데..., 왜냐구요? 그래야 놀이동산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거든요. 롤러코스터를 꼭 타보는 게 나의 소원이지만 내 키는 127센티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있어요.

난 우리 반에서 키가 두 번째로 작아요. 나보다 더 작은 동훈이가 있는데 몸이 아파서 학교에 거의 오질 않아요. 그래서 실제 가장 작은 사람은 저랍니다.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짝을 바꿀 때마다 항상 앞자리는 내 자리로 비워둡니다. 반 친구들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구요. 나도 제일 뒷자리에서 장난도 치고 사물함에서 준비물도 쉽게 꺼내고 싶은데 뒷자리는 키가 커야 앉을 수 있는 자리잖아요. 선생님께서 동훈이가 요즘 많이 좋아져서 며칠 후엔 학교에 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난 유일하게 내려다보는 단짝친구가 하루빨리 나아서 학교에 오기를 맘속으로 기도했어요. 오늘 3교시 시간은 과학시간이었어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5대 영양소라는 걸 배웠는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책에 나와 있더라구요. 내가 싫어하는 음식들에 들어있는 것들이라 못마땅했지만 5대 영양소를 잘 섭취하고 잠을 많이 자면 키가 쑥쑥 클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귀가 솔깃해졌어요.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엄마를 크게 불렀어요.

“오늘 선생님이 5대 영양소 먹고 잠 많이 자면 키 큰다고 그러셨거든요, 빨리 5대 영양소 주세요”

“저런! 아침에 네가 먹다만 카레나 드시지! 거기에 고기도 들었고 사과, 당근, 감자 5대 영양소가 아니라 한 15대 영양소는 들었을 거 같다.”

“정말요?”“그래, 엄마가 해주는 음식들에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넌 밥 먹기 싫다고 남기고 그러지마. 밥 잘 먹고 잠 많이 자고 운동하면 우리 연우 키도 어느 날 쑥쑥 클 거야. 알았지?”(다음호에 계속)
이성엽 동화작가 2019년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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