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또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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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또와(중)
  • 이정순
  • 승인 201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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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제 진짜 마지막 경고다"

“석환아, 그만해.”

딱 한번 이렇게 말하고선 석영이는 다시 만화영화만 뚫어지게 다시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형아 재미있는데 왜 그래. 나한테 뭐라 하지 마. 히히.”

석환이는 까불거리며 저 형 말에 콧방귀나 끼고 계속해서 더 심하게 쿵쿵대며 뛰어 놀았습니다. 재미있기만 한데 웬 참견이냐는 표정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나는 아까보다 더 짜증이 확 몰려왔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석환이에게 다시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석환아,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그만해. 어휴.”
“어휴, 나도 정말 못 참겠어.”

이렇게 말하던 석영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석환이 머리에 세게 알밤을 한 대 주고 말았습니다. 석영이는 내가 저 동생한테 뭐라 하니 꽤 듣기 싫었고 자존심이 상했나 봅니다.

“아얏! 형아 왜 그래. 미워. 미워.”

석환이는 금세 큰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놀라고 억울했는지 하얀 볼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줄줄 흘러내리고 울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온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습니다.

“석환이 너 왜 이렇게 말 안 들어? 응? 너 정말 그럴 거야? 남의 집에서는 조용히 놀아야지.”
석영이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제법 무섭게 야단을 치니 석환이는 별스럽게 야단이었습니다.

“형 미워. 아빠 오면 형이 때렸다고 다 일러 줄 거야. 엉엉.”
두 형제가 서로 눈을 흘기며 으르렁거리고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그걸 보니 난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너희들 이렇게 싸울 거면 둘 다 집에 가. 너무 시끄러워.”
난 석영이와 석환이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둘 다 보기 싫고 미워졌습니다.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 안 논다고 그냥 돌려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석영이는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있자 석환이에게 다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너 지금 혼자 집에 가.”
“형, 나 집에 가기 싫단 말이야. 집에 가도 엄마 아빠도 없잖아. 난 여기가 좋아.”
석환이는 심하게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그만 뛰라고 뭐라 할 때는 눈 하나 깜짝 안하더니 혼자 집에 가라는 말에는 가슴이 철렁했나 봅니다.

“너 이제 진짜 마지막 경고다. 한 번만 더 까불고 시끄럽게 하면 못 참아. 넌 그때 정말 혼자 집에 가야 해. 알았지?”
석영이는 석환이에게 힘을 주며 말했습니다.

“응.”
석환이는 그제야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게 생뚱맞은 소리를 했습니다.

“지민이 형, 나 울었더니 배고파. 먹을 거 좀 줘.”
“헉.”

순간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밉다 밉다 하니 더 밉상이었습니다. 난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를 또 버럭 질렀습니다.

“없어.”
이 고집쟁이 말썽꾸러기 녀석에게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에 뭐가 있나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선뜻 생겨나질 않았습니다. ‘난 지금까지 저희 집에 가서 놀아 본적도 없고 뭘 얻어먹어 본 적도 없는데 뭘 달라 하다니 말이 돼?’ 속으로 혼자 이렇게 씩씩거렸습니다.

“형아 나 진짜 배고파. 먹을 것 좀 줘.”
“흥. 없대도.”

강한 목소리로 눈에 힘을 주며 차갑게 대했더니 석환이는 더 이상 조르지는 않았습니다. 터덜터덜 소파에 가 털썩 주저앉더니 입이 뾰로통해지고 울먹거렸습니다. 눈가에 어린 눈물을 보니 내가 너무했나 싶은 생각이 언뜻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잠잠해서 뒤돌아보았을 때 석환이는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석영이와 난 서로 어색해서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만 뚫어지게 바라봤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이정순 강릉 사천초 교사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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