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눈이 부신 듯 얼굴을 찌푸리며 나에게 얘기를 했어요. 난 박쥐의 말을 듣고 살금살금 몸을 엎드려 아무도 모르게 그 집으로 들어가 소파 밑에 몸을 웅크리고 집 안 이곳 저곳을 살펴봤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내 뿔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방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내가 숨어있는 소파 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왔어요.
“빨리 이쪽으로 앉아, 도연이 생일잔치를 해야지.”
난 뿔이 없어져서 안절부절인데 잔치를 한다니 난 그 사람들이 얄밉게 느껴졌어요. 그들은 케잌을 꺼내와 초를 꽂고 불을 붙인 후 노래를 시작하려 했어요.
“잠깐, 도연이 고깔모자 써야지, 주인공들은 고깔모자를 써야 해.”
“연우야! 방에 가서 고깔모자 가져와, 형 씌워주게.”
방에 들어갔던 아이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왔어요. 그건 바로 내가 찾던 뿔이 틀림없었어요. 뾰족이 솟은 내 뿔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놓고선 긴 끈을 매달아 오늘 생일이라는 아이에게 씌어주고 있었어요. 난 뿔을 찾았단 안도감에 긴 숨을 내쉬었어요.
“저 뿔을 어떻게 다시 뺏어간담?”
난 일단 가만히 소파 밑에 엎드려 기회를 엿보기로 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도연이 생일 축하합니다.”
짧은 합창이 끝난 후 천둥번개 같은 폭죽을 터트려 축하를 했어요. 그 순간에도 내 뿔은 저 주인공 녀석의 머리에 매달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죠.
숨죽이고 기다리던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어요. 하나 둘 자리를 뜨자 주인공 녀석은 내 뿔을 머리에서 내리더니 방바닥에 휙 집어던지곤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난 주위를 살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얼른 내 뿔을 집어 들고 마당으로 달려나갔어요.(다음호에)
이성엽 동화작가 2019신춘문예 동화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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