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내 머리에 있던 뿔이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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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내 머리에 있던 뿔이 없어졌어.”
  • 이성엽
  • 승인 2019.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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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곤히 잠이 들었는지 해가 지고 별들이 총총 뜬 밤이 되어서야 눈이 떠졌어요. 난 냇가로 달려가 시원한 시냇물에 세수를 했어요. 두 손 가득 물을 떠서 얼굴을 깨끗이 닦고, 내 소중한 뿔을 닦으려 머리에 손을 얹었어요.

“어! 머리가 왜 이렇게 허전하지?”

난 평소와 다른 머리를 냇가에 비춰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글쎄 머리 위에 있어야 할 뿔이 없어진 거예요.

“언제 빠진 거지? 빠진 내 뿔은 어디에 있는 거야?”

세수를 하다 말고 대나무 숲으로 재빨리 뛰어갔어요. 내가 잠을 잤던 구멍을 살펴보고 그 근처 대나무 숲을 찾아 봤지만 그 어디에도 뿔은 없었어요. 그 뿔을 찾지 못하면 난 영원히 하늘도깨비가 되지 못하고 땅도깨비로 살아가야 할 거예요. 그 생각을 하니 덜컥 겁이 나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어요.

“어디로 갔지? 어디로 간 거냐고?”

나는 땅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트렸어요. 오늘 새벽 잠들기 전까지 분명히 머리에 붙어있던 뿔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믿기지가 않았어요. 난 대나무 숲 전체를 뒤져가며 뿔을 찾으러 다녔지만 내 뿔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정신이 나간 듯이 뿔을 찾고 있을 때였어요.

“야! 땅도깨비!”

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어요. 거기엔 지난번 만나서 함께 놀았던 붉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날 보고 있었어요.

“너 지금 거기서 뭘 찾고 있는 거니?”

“박쥐야, 내 머리에 있던 뿔이 없어졌어.”

“뿔? 뿔이라고? 지난번 우리가 만났을 땐 니 머리에 그런 건 없었는데?”

“너랑 만나서 놀고 난 이후에 조금씩, 조금씩 뿔이 자라났었어.”

박쥐랑 만난 건 뿔이 나오기 전이라서 박쥐는 내 뿔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나봐요.
(다음호에)
이성엽 동화작가 2019신춘문예 동화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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