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뿔을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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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뿔을 찾아줘
  • 이성엽
  • 승인 2019.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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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 하지? 어젠 너무 더워 계속 잠을 설쳐서인지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

난 오늘도 새로운 잠자리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찾아다닙니다. 아! 내가 누구냐구요?
난 땅에 사는 땅도깨비예요. 나 같은 땅도깨비들은 밤새도록 땅을 파서 잠자리를 만든 후 새벽녘 수탉이 울고 해가 떠오를 쯤이면 땅속에 들어가 잠을 자야 해요. 매일매일 잠자리를 옮겨야 머리에 봉긋 솟은 뿔이 자라나게 되고요, 그렇게 자라난 뿔이 빠지고 새로 나오면 비로소 우리 땅도깨비들은 하늘도깨비가 될 수 있어요. 하늘도깨비가 되면 땅도깨비처럼 매일 잠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되고, 어디든지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신나게 놀 수 있어요. 노래하고 춤도 추고, 밤마다 즐겁게 노는 하늘도깨비들이 나는 너무너무 부럽답니다.

땅도깨비 뿔이 자라서 빠지면 그 뿔을 부엉이 굴에 가져다 줘야 해요. 부엉이는 그 뿔을 물어다 놓고는 도깨비방망이로 바꿔 준답니다. 도깨비방망이는 도깨비불을 켤 수 있어서 그 불을 타면 어디든 원하는 데로 훨훨 날아갈 수 있어요. 난 머리에 솟은 내 뿔을 살짝 만져보았어요. 우뚝하게 잘 자라서 이제 곧 뿔이 빠지려는 듯 흔들거리고 있었어요. 곧 이 뿔이 빠지고 나면 나도 하늘도깨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며칠만 잘 견디면 하늘도깨비가 되어 도깨비불을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닐 생각에 난 절로 콧노래가 나고 신이 났어요.

“옳지, 오늘은 여기에서 잠을 자면 되겠구나!”

오늘 내가 고른 잠자리는 대나무 숲이에요. 바람이 시원하게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고 대나무 잎들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그곳은 아늑하기까지 했어요. 난 커다란 대나무 옆에 구멍을 파고 수탉이 울기 전에 몸을 숨겨 오랜만에 시원하게 대나무 잎들의 자장가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다음호에 계속)
이성엽 동화작가 2019신춘문예 동화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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