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화음 맞춰 부르는 2부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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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화음 맞춰 부르는 2부 합창
  • 한승모
  • 승인 2018.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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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쌤의 음악 수업-우리반 2부 합창
노래 할 때 자신의 소리 잘 듣는 것 중요
악보 외워 불러야 귀에 들리고 여유 생겨
만들어 가는 과정의 소중함 교육적 효과

음악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활동이 2부 합창이다. 그냥 노래 부르기도 힘든데, 친구들과 화음을 맞춰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학생들도 어렵고, 선생님들도 만만치 않다.
선생님들도 잘 못하는 2부 합창을 아이들이 쉽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악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빼놓지 않고 꼭 들어간다. 할 수 있는 반은 하고, 못하는 반은 못하라는 것인가? 아니다. 분명 배울 것이 있으니 하라고 할 것이다. 우리 반도 큰마음 먹고 시작한다. 교과서에는 있는데 하도 안 하니 아이들도 궁금했나 보다.

“선생님 우리반은 ‘나무의 노래’ 안 해요?”
“잉? 노래 불렀잖어∼”
“아니요! 2부 합창이요!”
“아∼ 2부 합창? 우리 반 할 수 있을까나???”
“아 그럼요∼”
애들이 우리 반 잘하는 거 알면서 왜 그러냐며 나를 성토한다. 잠시 웅성웅성하고 그래 해보자며 마음을 모아본다.

4학년 때도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해서 멜로디를 천천히 다시 불러본다. 가급적 악보를 안 보고 외워 불러야 좋다. 그래야 노래가 귀에 잘 들어오고 여유가 생긴다. 빠르기를 달리 하여도 부르고, 셈여림을 달리 하여도 부른다.
노래를 어느 정도 가지고 놀 수 있을 때까지 그리 부른다. 노래가 익숙해질 때즈음 천천히 부르자 하면서 내가 알토 성부를 작게 들려준다. 두세 번 듣고 귀로 경험을 한다. 자신의 노래를 크게 부르려 하지 말고, 내 목소리를 잘 듣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얘들아 노래하면서 선생님이 소리 내는 거 들렸어?”
“아∼ 뭔가 들리긴 했는데… 하하”
“좋아! 정확하게는 몰라도 괜찮아. 무언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채는 게 중요함!”
“네! 더 들어볼게요∼” 다시 아이들은 주선율을 부르고 내가 아래 성부를 부른다. 무언가 알겠다는 눈치도 보인다. 모두가 아니어도 된다.
어떤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음을 만들고 화음을 이끌어 갈 것이고 어떤 친구는 그냥 묻어갈 것이다. 물론 그래도 된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학교 음악시간이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 ’ 두 파트로 나눠지는 부분을 이제 아이들끼리 아래 성부를 부르게 한다.
내가 부른 것을 들은 경험이 있어 한두 마디씩 배워 부르니 금방이다. 뭔가 새로운 경험이 고맙고 설렌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다.
아이들이 멜로디를 부르고, 내가 알토를 부른다. 네 마디를 서너 번 부르면 살짝 감이 온다. 그때 빠르기를 조금씩 빨리 하면서 화음을 느낀다. 음이 정확하지 않은 곳은, 다시 천천히 함께 부르면서 화음을 느낀다. 다시 성부를 바꿔 불러본다.
내가 멜로디이고 아이들이 알토를 부른다. 천천히 시작해서 빠르게 부르며 네 마디를 완성한다.
오늘 네 마디가 해결 안 되면 멜로디 부르고 춤추다가 끝나도 된다. 아직 남은 어려운 부분은 다음 주에 하지 뭐... 이렇게 일부분 배우고, 해결해 나가고, 마지막에는 주∼욱 이어 부른다.
처음에 기타 반주가 나오고 중간에는 아이들끼리 악기 소리 없이 서로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게 반주를 생략하기도 한다.
신나는 부분에서도 기타의 너무 큰소리가 화음의 어울림을 덜 느끼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리 활동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났을 거라는 확신이다.

몇 번을 해도 음이 틀리는 친구들이 한둘 있다. 조용히 다가간다.
“윤하야. 퍼커션 한 번 해볼래? 너가 리듬감이 좋아서 도와주면 좋겠다. 변성기 때문에 음 잡기가 어려우면 퍼커션 해줘도 좋다”
“아∼네^^” 윤하가 흔쾌히 에그 쉐이크 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반 모두가 함께하는 2부 합창을 만들었다. 합창은 음악 완성의 기쁨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의 소중함이 더 남아서 좋다.
한승모 강원도교육연구원 학습연구년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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