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산천어는 수온 20℃ 이하에서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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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산천어는 수온 20℃ 이하에서 서식
  • 송호복
  • 승인 2018.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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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성 물고기와 냉천
석회암 지대 발달한 영월 평창 정선 태백
찬물 흐르는 곳 많아 물고기 최후 피난처
수온·오염·하천 교란 등 보호조치 시급

하천의 수온은 거의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기후대에 따라 서식하는 어류도 달라진다.
한대기후 지역에서는 찬물을 선호하는 한대성 물고기가 살 것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계절에 따라 기온의 편차가 심한 온대지역에 사는 물고기들은 동절기의 0℃부터 하절기에는 30℃를 넘나드는 수온 범위에 적응해 살아간다.
물론 열대나 아열대성 물고기들은 통상 20℃ 이상은 되어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수온 범위가 넓은 온대지역이라 할지라도 고산지대의 계류는 한여름에도 20℃를 넘지 않을 만큼 수온이 낮다. 어떤 곳은 발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기도 하다. 흔히 이렇게 수온이 낮은 지역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을 냉수성 물고기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냉수성 물고기들은 열목어나 산천어, 금강모치, 연준모치, 둑중개 등이 있다. 이들은 수온이 24℃를 넘으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보통은 20℃ 이하가 되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냉수성 물고기 중 금강모치는 한강상류 대부분의 계류에 우점종으로 서식하고 있다. 한강상류 외에는 유일하게 금강수계인 무주구천동에도 살고 있다. 수계가 다른 금강에 서식하는 연유를 추측해 보건대 과거 전체적으로 수온이 낮았던 빙하기에는 강의 하류까지 헤엄쳐 내려와 살았을 것이다. 해수면이 낮았던 빙하기에 한강과 금강은 지금의 서해 바다 어디쯤에서 함께 만나 흘렀을 것이고 금강모치는 자연스럽게 금강으로 유입되어 서식했을 것이다.
이후 간빙기가 되면서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저위도 지방인 금강에서 금강모치가 서식할 수 있을 만큼 낮은 수온을 유지했던 유일한 곳이 무주구천동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분포형태를 보이는 또 다른 물고기가 둑중개인데 무주구천동에 1970년대쯤까지 살다가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사라진 이유가 수온 때문일 수도 있고 오염이나 하천 교란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금강모치보다 더욱 낮은 서식 수온을 필요로 하는 둑중개의 습성을 볼 때 수온 상승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석회암 지대가 발달한 강원도의 영월, 평창, 정선, 태백 일대에는 찬물이 흐르는 냉천이 많다. 지하의 석회동굴에서 12∼15℃ 정도의 찬물이 항시 솟아나기 때문이다. 창리천, 골지천, 지장천, 어천상류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하천에는 예외 없이 금강모치, 연준모치, 둑중개가 살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냉수성 물고기가 최후까지 살아남아 족속을 이어갈 마지막 피난처 같은 곳이다. 냉천은 냉수성 어류의 서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독특한 자연환경과 자연자원이라는 측면에서도 보전과 보호가 필요한 하천들이다.
주변에 펜션이 난립하고, 오수가 유입되고, 하천 바닥을 파헤치고, 심지어 유로를 변경하는 일까지… 냉천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평가하여 시급히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송호복 (사)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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