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는 음악이고 체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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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는 음악이고 체육이다
  • 한승모
  • 승인 2018.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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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때 표현 활동으로 손잡고 호흡
발걸음과 기다림 맞추고 마음도 맞춰

날도 더운데 운동회를 준비한다고 학교가 복작거린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해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운동회 회의를 바삐 한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운동회 준비는 매우 특별하다. 특히 운동회 준비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서 아주 바쁘다. 이럴 때 5, 6학년 표현활동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운동회 때 표현활동, 무용… 늘 뜨거운 감자다. 체육교과에 표현활동은 들어가 있다. 음악에 맞춰 신체 표현하는 것은 어찌 보면 체육이고 어찌보면 음악이다.
5, 6학년과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강강술래를 하기로 정했다. 강강술래는 놀이이면서도, 음악 교과에 포함되는 활동이다. 체육 시간, 음악 시간에 각각 동작들을 익힌 뒤 이어서 연습을 하면 될 것이다. 강강술래는 해야 할 것이 많다. 느리고 느린 ‘진양강강술래’가 있고, 빨리 달리는 ‘자진강강술래’도 있다. 앞에 나와 부끄러움을 참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춰보는 ‘남생아 놀아라’는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하다.
손잡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한 걸음씩 호흡을 맞춰 간다. 어느덧 우리가 하나 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껴 간다. 손을 잡고 앉아서 동글게 친구를 넘어가는 ‘고사리 꺾자’, 둥글게 서서 내 팔을 목과 가슴 사이로 넘겨 서로가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는 ‘청어 엮기’, 다시 반대로 몸을 돌려 팔을 풀어가며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청어 풀기’, 함께 큰 나선원을 만들어 둥글게 들어갔다 나오는 ‘덕석 몰이’, ‘덕석 풀기’는 십여명이 해도 좋고, 수십 명이 더 크게 원을 만들어 놀아도 좋다.
이때 원이 들어가고 나간다. 멀리서 보면 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원 모양이 한쪽이 어그러지지 않게 잘 만들려고 노력해보자. 사소한 것이 사소한 것이 아니다. 발걸음 하나 하나가 전체의 모양을 결정한다.
한껏 몸과 마음이 더워지면 이제 몸을 더 부딪치며 큰 원을 만들어 간다. 문지기 놀이를 하며 문을 만들고, 나머지는 그 사이를 지나간다. 친구에게 잡힐 새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 큰 원을 만들어 가다 보면 위험하지만 서로를 믿기에 가능한 기와 밟기를 한다. 아이들과 강강술래를 할 때 꼭 빼놓지 않는 활동이다. 시합으로 하면 무리하게 되지만 음악에 맞춰 천천히 마음을 모아본다. 문을 만들어 친구를 잡고, 등을 밟고 걷는 것 모두가 함께 즐겁자고 하는 거다.
잡는 데에, 빨리 지나가는 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기다림의 끝에 잡고 잡히는 의외성과 친구가 내 등을 밟고 지나가는 그 느낌을 즐기자. 아이들이 많이 더울 것 같아 조회대 스탠드 안으로 앉혔다. 비좁지만 뜨거운 햇볕과 모래 운동장에 아이들이 앉고, 나만 조회대에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체육 시간하고 음악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야. 조금씩 더 해보자.”
“운동회 연습이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그동안 배운 거 합쳐본다고 생각해보자.”
“날이 많이 덥네. 어여 마치고 함께 좀 쉬어보자.” 다 함께 땀 흘리며 30분 더 맞춰보았다.
발걸음을 맞추고, 원을 맞추고, 순서를 맞추고, 기다림을 맞추고, 등의 높이를 맞추고, 그렇게 마음을 맞춘다.
강원도교육연구원 학습연구년 파견교사 한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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