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글자도 숫자도 모를 때 낙서로 마음표현
그림이 뜻하는 이야기 찾아내는 학문 ‘도상학’
그림 속에는 그림으로 표현한 사물의 의미 있어

어린이 여러분 잘 지냈나요? 오늘은 숨은 그림 뜻 찾기를 할 거예요.
여러분이 지금보다 더 어릴 적, 글자도 숫자도 모를 때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했는지 기억하나요? 맞아요. 낙서로 시작해서 점점 그리는 방식으로 내 마음을 표현했을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그린 그림들도 그런 그림으로 표현한 사물의 의미가 있답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보면 교회가 떠오르고, 신호등의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파란불이 켜지면 건너는 것과 같은 서로의 약속 같은 것 말이죠.
그림이 뜻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을 학문적으로 ‘도상학’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의 생활습관이나 문화, 의복의 차림새와 같은 것을 보고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는 시간! 오늘은 많은 비밀이 숨겨있는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부부의 초상/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이라 불리는 작품을 통해 여러분과 그림 속, 숨은 뜻 찾기를 해볼까 합니다.
얀 반 에이크는 유럽 북부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사실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종교적인 신앙을 표현한 종교화와 초상화를 많이 그렸답니다.
여러분은 결혼식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많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화려한 신랑신부가 있는 곳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림1〉 〈아르놀피니부부의 초상〉은 결혼식이나 약혼식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요.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와 예쁜 초록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인이 보이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식과는 조금 다르죠? 이 당시 혼인서약은 집이나 교회에서 이루어졌고 한 명의 증인이 있다면 가능했어요.
신랑인 지오반니 아르놀피(Giovanni di Nicolao Arnolfini)는 이태리 출신의 은행가였답니다.
남자의 옷을 잘 살펴보면 값비싼 모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보이죠? 아르놀피니 부인도 예쁜 녹색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이 의상과 집안에 놓여있는 가구를 통해 이들이 부유했음을 알 수 있답니다.
〈그림2〉 화면 가운데를 보면 거울에 신랑신부와 증인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는 것이 보이나요? 거울의 열 개의 테두리에는 예수의 수난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이 당시 예수의 수난은 인간이, 혹은 결혼한 부부가 따라야 하는 모범적인 모습, 규범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런 내용이 그려진 거울에 아르놀피니 부부의 모습과 증인인 화가의 모습이 비추어짐으로 이들의 결혼장소가 교회가 아닌 집이지만 이들의 결혼이 종교적으로 인정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거울 위쪽에 글자가 보이나요? 확대해 보면 〈그림3〉 번의 글이 적혀있는데요, 〈얀반 에이크 이곳에 있었다. 1434년〉라고 적혀있는 것이랍니다.
한 명의 증인이 자신임을 그림과 글을 통해 이렇게 표시해 놓은 것이죠. 소품 하나하나에도 그 숨은 의미가 있는데, 신랑 신부의 발밑에 있는 강아지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믿음직하고 착실한 마음을 뜻하고, 바닥에 벗어놓은 신발은 결혼식이 수행되는 공간의 신성함을 의미한답니다.
우리나라는 예전에 결혼 전에는 머리를 땋아 댕기로 묶지만 결혼을 하면 비녀를 꽂아 머리를 올린 걸 알고 있죠? 이곳도 여자가 결혼을 하면 머리를 높이 올리고 사람들 앞에 나설 때 그림에서 신부가 두건을 쓰고 있는 것과 같이 머리를 가렸다고 해요.
전래동화도 그렇고 의복이나 헤어스타일의 경우도 그렇고 한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 않나요?
어린이 여러분들은 제가 말한 그림의 내용 중 몇 개나 찾아볼 수 있었나요? 그림 한 장만으로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수준, 생활방식을 알아내는 것 신기하지 않나요?
그냥 스치고 지나갔으면 몰랐을 그림속의 숨은 이야기들. 여러분도 한번 생각하고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