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고양이와 페테르손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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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고양이와 페테르손 할아버지
  • 허남정
  • 승인 2018.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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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힘내세요
페테르손 할아버지는 가을을 타고 있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핀두스가 옆에 있어도 아무 소용 없어요. 가을을 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요?
가을이 되면 왠지 우울해지거나 가라앉는 마음 상태를 말해요. 외롭고 쓸쓸해져 기운이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죠. 핀두스와 알콩달콩 단둘이 사는 페테르손 할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답니다.
생일 케이크도 구울 줄 알고, 불꽃놀이도 할 줄 알고, 엄청 큰 창꼬치도 낚을 수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도 직접 만들어요.
하지만 이런 할아버지도 아주 가끔은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고 싶으시대요. 핀두스는 그런 할아버지를 그냥 내버려 줄 수 없지요. 왜냐고요? 핀두스니까요.
핀두스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말썽꾸러기 고양이랍니다. 도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슬픔에 잠겨 있는 페테르손 할아버지를 어떻게 다시 즐겁게 해드릴 수 있을까요?
글과 그림이 빼곡히 들어찬 이 책은 처음에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책으로도 유명해요. 하지만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중간에 놓을 수 없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죠. 작가 스벤 누르드크비스트는 말해요.
“어린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자잘한 것들을 그릴 수가 있다. 이것들은 이야기와 꼭 관련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페테르손 할아버지가 목공일 하는 광은 정말이지 별의별 물건이 다 있어요. 쓰다 만 칫솔들, 망가진 자전거 타이어, 금방 밀어 나온 듯한 대패밥, 군화가 든 금붕어 어항, 장식으로 툭툭 불거져 나온 지구본 등… 핀두스가 할아버지를 위해 박제된 황어를 찾아낸 곳도 바로 이곳이지요.
게다가 구석구석마다 크고 작은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마치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할아버지의 추억끄집어 내기로도 성공하지 못한 핀두스, 이번엔 또 어떤 꾀를 낼까요? 복잡한 헛간에서 낚싯대를 내리려다 발을 다친 척 엄살을 부리고 있네요.
소파에서 일어서기만 하면 낚시질 안 가고는 못 배기실 거라는 핀두스의 예상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어요.
혼자라도 낚시를 가겠다는 핀두스를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는 페테르손 할아버지, 가을이 익어가는 시골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아요.
주위는 온통 고요했어요.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 움직이기에 좋은 날이었지요.
할아버지는 그냥 앉아서 우울해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여름의 초록보다 갈색인지 초록색인지 회색인지 모를 가을의 색들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영화 같고 만화 같은 그림책 핀두스의 특별한 이야기는 놓치지 말고 꼭 즐겨 보기로 해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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