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꼭 글로 쓰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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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꼭 글로 쓰지 않아도 돼요”
  • 허남정
  • 승인 2018.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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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비밀 일기
우리 친구들, 일기 쓰기 좋아하나요? 모르긴 몰라도 일기 쓰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네요.
왜일까요, 왜 일기가 쓰기 싫을까요? 여기 엠마라는 아이가 있어요.
엠마는 엄마 친구인 미레유 아줌마에게 글씨도 없고 그림도 없는 책을 선물받았어요.
아줌마는 평소에 글자가 잔뜩 있는 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왜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는 책을 주셨을까요? 궁금해진 엠마는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아직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엠마는 과연 무엇으로 일기장을 채우게 될까요?
친절한 미레유 아줌마는 글자를 몰라 걱정인 엠마에게 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해줘요.
“엠마야, 꼭 글로 쓰지 않아도 된단다.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도 되고, 그림을 그려도 되고, 나뭇잎이나 꽃잎을 따서 붙일 수도 있지. 그냥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흔적을 남기는 거야.”
선생님은 미레유 아줌마의 말 중에 ‘흔적’이라는 말이 가장 멋지게 다가왔어요. 일기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랍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내가 어떻게 겪어냈는지 알아보는 ‘발견의 문제’이지요.
날마다 똑같은 하루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면 ‘나만의 일’이 오롯이 드러날 거예요.
일기 글감은 곳곳에 숨어 있어요. 꼭 그날 있었던 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쓰고 표현할 수 있답니다.
일기장에 풍선껌 포장지를 붙여넣거나 엄마 향수를 살짝 떨어뜨린 사랑스러운 엠마, 친구들도 한번 따라 해보고 싶지 않나요?
문득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다면 함께 찍은 사진을 붙이며 지나간 일을 추억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오감이란 말 들어봤지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지는 다섯 가지 감각을 말해요.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우리의 감각은 깨어 있어요. 내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일, 그게 바로 일기 쓰기의 첫걸음이랍니다. 나만의 느낌과 생각을 붙잡아 두는 것이 중요하지요. 뭐든 오리고 붙이기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일기장을 내가 꾸미는 잡지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 주워 붙이고 시 한 편을 써 보는 건 어떨까요?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이 너무 귀하고 예뻐 보여 발걸음이 멈춰졌다면 그 나뭇잎은 나에게 다시 태어난 새잎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일기는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지나간 일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내일의 나도 알아볼 수 있어요.
그냥 내버려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일들이 시시때때로 생겨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오늘 나에게 찾아온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고 누구와 어떤 말을 주고받았나요?
앙토냉의 따귀를 때렸던 일은 비밀 일기장에조차 쓰지 않았던 엠마처럼, 숨기고 싶은 일도 물론 있었겠지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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