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색·어떤 분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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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화상은 어떤 색·어떤 분위기일까?
  • 목선혜
  • 승인 2018.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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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현대인의 모습 그려 내
사람이 걸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상태
국가와 도시별 미묘하게 달라 색과 분위기 차이

여러분, 여러분은 혹시 초상화와 자화상의 차이를 아시나요? 예를 들어 꽃순이랑 꽃돌이랑 짝꿍인데 꽃순이가 거울을 보고 자신을 그린다면 그건 자화상이랍니다.
내가 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말하지요. 그렇다면 초상화는 어떤 것일까요? 맞아요. 꽃순이가 꽃돌이를 그려주거나, 꽃돌이가 꽃순이를 그려 주는 것처럼 내가 다른 사람을 관찰해서 그려주는 것을 말한답니다.

여러분은 길거리를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들 중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 깊나요? 예쁜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 아니면 짧은 발을 동동대며 산책하는 강아지? 가슴이 시원해지는 강이나 바다 같은 풍경? 아니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건물? 아니면 친구의 뒷모습? 오늘의 작가는 영국의 작가인 줄리안 오피입니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은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나 도심을 가로지르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의 걷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그림 1〉 첫 번째 작품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동그란 얼굴에 표정은 없고 긴 다리를 멋지게 쭉 뻗고 있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축구공을 차기 전에 포즈를 잡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나요? 저는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우리 친구들이 잘 그리는 ‘졸라맨’에 팔다리만 길게 붙이면 줄리안 오피를 따라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우리 친구들 축구처럼 사람이 많은 경기 모습을 그릴 때 한 번씩 그리는 그 그림말이에요. 저는 이 작품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바로 얼굴에 표정이나 헤어스타일로 특정인을 그린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잖아요.
무섭게 보이거나 화려해 보이는 경우, 개성 있게 자신을 꾸민 사람들을 만난다면 오래 기억하겠지만 평상시 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어느 날은 앞사람 발만 보며 가는 경우도 있고, 앞을 보며 가지만 하나하나 기억하고 걷는 게 아니다 보니 자려고 누워 눈을 감았을 때 나를 스치고 지나갔던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잖아요.
정말 줄리안 오피의 작품 속 인물처럼 지나친 사람들이 떠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 재밌었답니다.

〈그림 2〉 작품을 보면 길을 걷는 사람들이 크게 확대되어 전시되어 있죠? 그는 사진과 비디오 영상에서 얻은 이미지를 컴퓨터로 이용해 단순화시킨 뒤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매체로 출력합니다. 그래서 전시가 되는 공간에 따라 다양한 설치물을 만들기도 하고 또 크기 역시 자유자재로 뽑아 전시를 한답니다. 그림 3〉은 서울 신사동의 풍경이고 〈그림 4〉는 서울 상암동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이 작품들은 서울에서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해 보낸 3,000여장의 사진 중에서 작가가 인물의 어떤 한순간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작업했다고 해요. 사진을 받아보고 작가는 신사동을 지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에 놀랐고 모두가 휴대폰을 들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해요. 우리는 늘 텔레비전에서, 혹은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 이 모습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질 테지만 다른 문화에서 삶을 사는 작가의 눈에는 좀 다르게 보였나 봐요. 영국 사람이 그린 한국 사람들. 어때요? 초상 맞죠!

그림 5〉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라는 빌딩 외벽에 LED패널을 이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아트 캔버스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랍니다.
미디어다 보니 실제 걸음을 쉬지 않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되어 있는 작품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답니다.
줄리안 오피는 사람들이 걸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상태라 생각하는데, 이 일반적인 상태가 국가와 도시별로 미묘하게 달라 그 색과 분위기도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내가 사는 곳의 느낌은 어떤가요? 걸음이 바쁜 곳인가요? 아니면 조금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곳인가요? 오늘 집에 가는 길에 한번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관찰해 그리면 우린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겠죠?
목선혜 프로젝트 식물의 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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