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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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려 보세요
  • 허남정
  • 승인 2018.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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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
거리마다 떨어진 나뭇잎이 나뒹굴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잎 떨군 가지들만 휑뎅그렁하게 남겠지요. 누구는 11월이 겨울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했어요.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친구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답니다.

지금, 그리고 영원히
우리가 지켜보는
이 쏟아지는 별들, 나뭇잎 조각들을
아버지 어머니께 드립니다.

작가는 나뭇잎 조각들을 별이라고 했어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요.
봄날 부드러운 연두색 나뭇잎을 먹어보고 싶다는 작은 늑대, 그런데 큰 늑대는 기다리라고 해요. 때가 되면 떨어질 거라면서 이번엔 여름 짙은 초록색을 띤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을 거울로 쓰고 싶다네요.
얼굴에 비춰보고 싶다며 나뭇잎을 따 달라고 말하는 작은 늑대에게 큰 늑대는 또 기다려 보래요. 정말 큰 늑대 말대로 언젠가 나뭇잎이 떨어질까요?
가을이 오자 작은 나뭇잎은 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어찌나 고와 보이던지, 작은 늑대는 나뭇잎을 볼에 대 보고 싶었습니다.
큰 늑대가 또 뭐라고 했을까요? 하하, 그래요! 역시 기다려 보라네요.

겨울이 왔지만 작은 늑대는 이제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그럴 만도 하죠.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 아침 말이에요.
큰 늑대가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더니 “내가 나뭇잎을 따다 줄게!”라고 말했다지 뭐예요. 그냥 별 이유 없이 작은 늑대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라나요.
친구들에게 이 부분을 읽어줄 때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누군가가 좋아지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아마 큰 늑대도 그랬나 봐요. 안 그런 척했지만 작은 늑대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던 거죠. 어쩌면 그 마음은 한번에 찾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큰 늑대 작은 늑대’라는 그림책을 보면 서서히 움직여 가는 큰 늑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답니다. 하지만 나뭇잎을 따다 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나무 타기가 쉬웠지만, 가지가 뚝뚝 부러지기도 했고 높은 곳에는 발을 디딜 만한 가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나무줄기에 매달려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도 했어요. 가까스로 큰 늑대가 작은 나뭇잎을 향해 손을 뻗었고… 손가락 끝이 나뭇잎에 닿았습니다.
가장자리에 살짝, 큰 늑대가 나뭇잎을 잡은 순간 큰 늑대의 손가락 사이에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연약한… 저물어 가는 햇빛 속에서 붉은 빛, 황금빛 조각들이 나무 밑에 있는 작은 늑대에게로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별처럼 고운 나뭇잎 조각들… 과연 작은 늑대의 소원은 이루어질까요?
큰 늑대가 되었다가 작은 늑대가 되었다가, 또는 좋아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책을 읽을 친구들 모습이 보이는 듯해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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