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또 누가 늑대 괴담을 지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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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또 누가 늑대 괴담을 지어냈을까?”
  • 조호재
  • 승인 2018.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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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난 급히 밥공기를 비운 후 내 방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레이저!… 유전자!… 엑스맨!!!…’
형도 과학 시간에 졸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근데 웃다 보니까 좀 이상했다.

‘나 말고 또 누가 늑대 괴담을 지어내는 걸까?’ 분명히 ‘유전자 조작’은 내 작품이 아니었다.
작가가 누구인진 몰라도 굉장한 고수 같았다.

방과 후 해찬이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저만치서 한 아줌마가 벽에 뭔가를 붙이고 있었다.
아이를 찾는 그 전단지였다.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고 아줌마의 손에서 전단지 뭉치가 떨어지며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당황한 아줌마는 정신없이 전단지를 줍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지쳤는지 그대로 주저앉아 울먹거리는 모습이었다. 우린 얼른 달려가 전단지를 주워 아줌마한테 건넸다.

“고맙구나…”
아줌마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엄만가 봐. 늑대가 물고 갔는데 어떻게 찾겠다고 저러지…”
해찬이의 중얼거림에 난 뜨끔했다.
내가 지어낸 거짓말이었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듣고 나니 정말 몹쓸 말이었구나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해찬이는 더욱 괴상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거 알아? 쟤가 이발소 아들이래.”
“뭐?”
“늑대 꼬리 잘랐다는 아저씨네 말이야. 늑대가 꼬리 찾으려고 이발소에 왔다가 꼬리 대신에 아이를 물고 간 거야.” 듣는 순간 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화가 났다.
분명 내 작품이 아니었다.
이런 천벌 받을 괴담을 지어낸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난 엉뚱하게 해찬이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제발 좀 과학적으로 생각하자! 과학적으로!”
“진짜 이발소 가서 늑대 꼬리 보고 온 애도 있어.”
“누구?” “내 친구의 친구…”
“결국 누군지 모른다는 거잖아!”
“이발소 가면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거기 이름 알아?”
“응. 형제 이발관…”
“좋아. 내일 같이 가보자.”
“무서워, 난…”
해찬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기 집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다음호에 계속>
조호재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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