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힘으로 만든 영화 ‘자각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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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힘으로 만든 영화 ‘자각몽’
  • 한승모
  • 승인 2018.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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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주제로 학예회 준비를
생각나눠 주제정하면 역할분담 척척
국어·음악·창의체험학습 엮어 진행

학예회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한 작품씩 올리자 해서 우리 반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얘들아 우리 반은 학예회 때 뭐 해볼까?”
“노래요! 우리 반은 노래를 잘 부르잖아요!”
“아이돌 노래 춤추고 싶어요∼”
“뮤지컬 할 수 있을까요?”
각자들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 이럴 때 계속 이야기하면 끝도 없다. 갈래를 정리하기 위해 목적과 방향을 정하면서 범위를 좁혀 보려고 한다.
“음∼ 우리 반이 준비하는 이번 학예회 공연은 7분에 끝내야 해요. 그리고, 우리 반 모두가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어요. 다들 또 의견 있으면 말해볼래요?” “선생님∼ 저는 춤은 안 추면 좋겠어요. 춤추는 거 정말 싫거든요.” 남자 아이들 몇이 용기를 내어 의견을 말한다. 여자 아이들은 벌써 실망하는 눈치다.
“선생님하고 아카펠라 연습해서 공연하면 안 돼요?” 평소에 노래를 즐겁게 부르던 수진이가 의견을 꺼낸다. “야∼ 아카펠라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어떻게 우리가 다 같이 하냐?” 아카펠라 동아리에서도 베이스와 퍼커션을 하고 있는 유찬이가 어렵다고 바로 반대 의견을 말한다. 몇 아이들도 ‘암∼ 어렵지’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응∼ 아카펠라 할 수도 있는데, 우리 반 친구들이 다 같이 하려면 마이크나 함께 노래 실력을 높이는 것까지 해야 할 것이 더 있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원하면 선생님이 다 같이 잘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그래도 아이들의 이야기가 오가더니 아카펠라도 미뤄졌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네. 음. 그러면 앞에 이야기가 나온 뮤지컬은 어떨까? 우리 반 모두가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어! 저번에 선생님이 보여준 영화 ‘스쿨오브락’ 기억하니? 그 영화처럼 다 함께 역할을 하나씩 맡아서 할 수 있어! 우리 영화 해볼까?”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영화 생각이 덥썩 난 거다.
요즈음 영화 만드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조금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조금씩 있었는데,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하면 너희가 담고 싶은 이야기로, 하고 싶은 역할로 다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네∼좋아요. 오! 아, 좋다.”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이다. 다들 하고 싶은 것이 넘치나 보다.
어떤 내용으로 할지를 먼저 정하자 했다. 여러 다양한 생각을 모으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어 각자 작품을 써보고, 주제를 합치거나 모으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에 써서 내가 읽으며 주제를 나눠보고, 다시 비슷한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이야기로 합치는 작업을 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학교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 꿈과 현실이 겹치는 이야기, 우정과 관련된 이야기, 좀비가 나오면 좋겠고, 공포영화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몇 번의 회의와 몇 번의 양보로 “학교 폭력으로 왕따를 당하던 친구가 자각몽이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책을 발견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로 만들기로 정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정해지고 어서 역할을 나눠보기로 했다. 다음 한 시간을 온전히 역할을 나누는 데 쓰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완성할 연출팀, 배우팀, 음악을 정하고 구해서 영화에 넣을 부분을 정할 음악팀, 영상을 찍고 편집할 영상팀, 소품 및 분장, 장소 등을 담당할 지원팀을 하나씩 조율하며 정했다. 어서 영화를 위해 뭔가 뚝딱 뚝딱 하고 싶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영화 마감 일을 정하기 위한 일정표를 짜야 한다. 이 또한 한 시간을 꼬박 쓴 듯하다. 국어, 음악, 창체 시간을 다 엮어서 이렇게 일정을 정한다.

1차시:하고 싶은 이야기로 시나리오 쓰기
2차시:비슷한 이야기 분류하고, 모여 함께 쓰기
3차시: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로 함께 협의하며 이야기 완성하기
4차시:역할 정하기(감독, 연출/작가, 배우, 촬영, 편집, 섭외소품)
5차시:시나리오 완성, 콘티 작성 시작, 배우 연습 시작, 촬영 장비 확인 및 점검, 편집 프로그램 공부 시작, 장소 섭외 및 스케치)
6차시: 대본 연습 및 수정, 연출 보완
7차시: 대본 최종 완성, 일부 촬영 시작
8∼10차시: 촬영 11∼12차시: 영상 편집
이제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정리하고 촬영도 해보자.

강원도교육연구원 학습연구년 파견교사 한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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