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써도 괜찮아, 그냥 네 얘기를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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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써도 괜찮아, 그냥 네 얘기를 들려줘!”
  • 이무완
  • 승인 2018.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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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글쓰기
잘 써야 한다는 마음과 못 쓴다는 생각 버려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하고 싶은 말 써라

「틀려도 괜찮아」(마키타 신지·토토북·2013)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가운데 하나다.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앞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틀려도 괜찮아, 교실에선. 너도 나도 자신 있게 손을 들고 틀린 생각을 말해.
틀린 답을 말해. 틀리는 걸 두려워하면 안 돼. (……) 언제나 맞는 답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틀리는 게 무섭고 두려워져. 손도 못 든 채 작게 움츠러들고 입은 꾹 다문 채 시간만 흘러가.
초등학교에 갓 들어온 아이 마음을 그린 그림책이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 마음도 다독여줄 만한 말이다. 세상에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거꾸로 스스로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 그러니 글을 못 쓴다고 기죽거나 주눅 들 까닭이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다.

교실에서든 집에서든 언제나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글 쓰는 게 두렵고 무서워지는 법이다. 마음에 있는 말들은 꺼내 보지도 못한 채 ‘뭘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소리를 들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연필만 만지작거리다 시간이 다 흘러가고 하는 수 없이 하나마나한 뻔한 말을 늘어놓기 일쑤다. 누가 그런 글을 읽을까. 그만큼 지루한 글은 세상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 똑같은 일을 보거나 겪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
여기 글 두 편이 있다.
백로가 날아가다가 쉬려고 갑자기 사악 앉았다.
그 백로 꽁지가 까맣다.
강둑에 앉았다. 고개를 요래조래 둘러보면서 계속 그러고 있다.
내가 학교 갈 때까지 있었다. (삼척 서부초 2학년 이다인, 2009.8.29.)

백로가 앉았다. 강둑에 혼자 앉았다.
고개를 파묻고 훌쩍훌쩍 운다.
아침부터 엄마 아빠가 돈 얘기하다가 싸웠나.
아빠가 문을 쾅 닫고 나갔을까.
쟤네 엄마도 울었을까.
(삼척 서부초 2학년 ○○○, 2009.8.29.)

두 편 모두 ‘백로’를 글감으로 시를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아이 모두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쓴 것이 아주 잘 되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모처럼 맑은 날, 두 아이 모두 학교에 오면서 백로를 봤다. 똑같이 백로를 봤지만 아주 다르게 보았다. 다인이가 쓴 글에는 조금도 걱정이 없다.
한없이 한가롭고 마치 그림처럼 평화롭다. 하지만 뒤에 나온 글에서는 어둡고 슬픈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아침부터 부모님이 돈 때문에 크게 다투는 모습을 아이가 본 모양이다.
‘고개를 파묻고 훌쩍훌쩍 운다’는 말에서 금방이라도 엉엉 울고 싶은, 컴컴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처럼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쓴 글이 잘 쓴 글이다. 교과서나 책에서 본 말을 흉내내고 남들이 하는 말을 받아쓰기 하는 글은 결코 잘 쓴 글도 칭찬받을 글도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틀려도 괜찮아」에서 나온 말을 떠올려보자.
틀려도 괜찮다. 멋지게 보이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내가 글을 쓰는 거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거다.
처음부터 잘 쓴 글, 멋진 글,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는 없다. 작가라고 다르지 않다. 자꾸자꾸 써보고 틀려 보았기 때문에 비로소 이름 있는 작가가 된 거다.

자전거 타기를 어떻게 했는가 떠올려보면 쉽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뒹굴었기 때문에 마침내 짜잔, 하고 바람을 느끼며 달릴 수 있게 된 거다.
누구도 자전거를 배우면서 넘어지고 자빠지는 걸 웃거나 흉보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내 눈으로 본 대로,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자꾸자꾸 쓰다 보면 ‘자꾸자꾸 틀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쏘옥 드는 글을 쓸 수 있을 거다. 정말이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구름 위의 신령님도 틀릴 때가 있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우리들이 틀린다고 뭐가 이상해.
틀리는 건 당연하다고.” 나는 이 말이 글을 쓸 때도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무완 동해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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