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뜨개질하는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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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뜨개질하는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 허남정
  • 승인 2018.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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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엔 따뜻한 뜨개옷이 최고지요. 한 코 한 코 정성스레 짠 목도리나 스웨터는 보는 사람의 마음도 따스하게 감싸 안아요. 여기, 무엇이든 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어요.
뜨개질바늘과 털실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이 마을을 찾아온 할머니 짐의 전부였답니다.
포근한 슬리퍼, 카펫, 마룻바닥, 침대랑 베개, 이불이랑 시트, 그리고 덤으로 요강까지, 그것도 손잡이가 달린 예쁜 요강 말이에요. 할머니는 벽이랑 창문도 뜨고 기둥을 세우고 문설주를 짜고 지붕이랑 천장도 얹었어요. 창가에 예쁜 커튼도 떠서 달았고요. 주전자와 컵, 과자까지 그야말로 불가능한 건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놀라지 마세요. 할머니는 또각또각 뜨개질바늘을 놀려서 이번엔 정말 소중한 걸 떴어요.
천천히, 차분하게, 정성껏, 어린아이 두 명을 떴어요. 너무너무 귀여운 여자아이, 너무너무 귀여운 남자아이!
뜨개질 할머니의 손놀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생글생글 웃는 마음, 홀짝홀짝 우는 마음, 장난꾸러기 마음, 그 모든 마음들을 듬뿍듬뿍 아이들에게 넣어주었어요.
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짜 주신 모든 것은 사랑과 정성을 담은 선물이었지요. 서로 발꿈치를 뜯고 엉덩이를 잡아당겨도 풀린 데를 금방 찾아서 고치고 꿰매주셨을 뿐 할머니는 아이들을 혼내지 않았대요.
검정색 털실로 어둠을 뜨고 따뜻한 이불로 감싸준 할머니, 폭신폭신한 털실과 잠의 실로 또각또각 편안한 꿈을 떠서 아이들 침대 속에 넣어주기까지 할머니의 사랑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지요.
이렇게 너그럽기 그지없는 할머니였지만 세상 사람들의 편견에는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게 맞서 싸웠어요.
학교에서 털실로 뜬 아이들을 받아들여 주지 않자 동사무소로, 정부로 찾아가 항의해요.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 몰려오는 구경꾼들만 늘어나자 그동안 짠 모든 것을 몽땅 풀어버리고 만답니다.
아무 미련도 없이 털실 한 가닥 안 남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풀어 버렸어요. “하나도 안 남겨 둘 거야!” 할머니는 부지런히 풀어서 모두 되감았어요.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털실로 짠 슬리퍼와 과자도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귀여운 아이들까지 풀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작은 마을에 찾아왔을 때처럼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어딘가로 떠나 버렸대요.
할머니는 어디로 가신 걸까요? 너무 슬퍼하진 말아요. 할머니는 지금도 어디선가 분명히 뜨개질을 하고 계실 거예요.
제일 처음 뜨는 건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이겠죠. 그리고 계속해서 만드실 거예요. 침대랑 커튼이랑 주전자랑 요강이랑.
털실로 뜬 아이들을 귀여워해 줄 착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걱정 없이 편안하게 뜨개질을 하고 계실 거예요.
뜨고 뜨고 또 뜨고….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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