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친구와 함께라면… 한겨울 추위도 문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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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친구와 함께라면… 한겨울 추위도 문제 없어요”
  • 허남정
  • 승인 2018.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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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소년 아툭과 사냥개 타룩의 이야기, 조금은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낼 단단한 마음을 위해 들려줄게요.
다섯 살이 된 타룩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작은 갈색 개 한 마리와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썰매, 아툭은 자기가 눈밭 속으로 굴러떨어지건 말건 혼자 빈 썰매를 끌고 씽씽 달리는 타룩이 밉지도 않은가 봐요.
눈꽃송이들이 바람에 날리면 그걸 붙잡으려고 뒤쫓는 일이 그렇게도 재밌었대요. 다정한 친구와 함께라면 추위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나 봐요. 신나게 놀다 피곤해지면 둘은 이글루 안으로 들어가 서로 몸을 기댄 채 쉬었지요. 다시 없을 짝꿍 아툭과 타룩, 아무 탈 없이 행복한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 안타까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냥하는 아버지의 썰매를 끌고 집을 떠난 타룩이 늑대에게 물려 죽고 말지요. 아툭은 깊은 슬픔에 잠겨 지내다 창과 활을 가지고 연습하고 썰매와 카약 타는 법도 부지런히 익혀 제일 힘센 사냥꾼이 되어 늑대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늑대를 찾아가는 길에 한 마리 여우를 만나 신비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요.
자신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여우에게 아툭은 이렇게 물어요.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네가 도망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군. 네가 가진 그 값비싼 털가죽이 걱정스럽지도 않니? 사냥꾼들이 무섭지도 않느냐 말이야.” “지금은 아니야. 모든 게 달라졌어. 친구가 하나 생겼거든!”
밤하늘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별이 친구라고 하자 아툭은 더욱 놀란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과 이야기 한번 나눠볼 수 없는데 친구라니요? 여우의 대답은 의외였어요.
그저 밤마다 별을 기다릴 뿐이라고….
그 별이 자기에게 오리라는 걸 알고 있기에 눈을 들어 별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러면 별은 자기를 내려다보며 눈을 깜빡인다고요.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고요.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에도 아툭의 마음은 누그러지지 않았답니다. 미움의 감정이 타오르고 타올라 마침내 늑대를 찾아 죽이게 되지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어요. 조금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늑대를 죽였지만 타룩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으니까요.

여전히 슬픔에 잠긴 아툭, 이상하게 이따금 밤하늘에 떠 있는 큰 별 하나를 동무로 가지고 있다던 푸른 빛 여우의 고요한 모습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메마른 들판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을 마주하게 됩니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아주 오래 땅속에서 지내야 할 때 자기를 기다려 줄 동무가 누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꽃의 말을 듣고 기꺼이 아툭은 자신이 ‘그 누군가’가 되어주기로 마음먹는답니다.
툰드라에 핀 작은 꽃과 동무가 된 뒤에야 비로소 마음의 상처가 아물게 된 아툭, 이별의 슬픔 뒤에 찾아온 만남이라 기쁨이 더욱 컸던 거지요. 찬 겨울이 춥지만은 않은 이유, 우리 친구들은 벌써 알고 있을 거라 믿어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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