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놀틈과 놀터를 제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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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놀틈과 놀터를 제공하자
  • 최규서 교사
  • 승인 2018.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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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놀이통해 정신의 항상성 유지
놀이는 인성·사회성·지성발달 영향 커

어린이들에게 놀이는 본능이자 생존방식입니다. 어느 정치체제나 사회구조가 인간의 본능인 의식주를 빼앗을 수 없듯이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마치 잠을 자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이제부터 잠을 자서는 안 돼”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일찍이 서양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최상의 교육은 놀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나 교육사상가들도 여기에는 반대 의견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많은 교육학자들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설마 놀이가 아이들에게 사라질 줄은 몰랐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20세기 말에서 21세기에 이르는 현재 아이들에게서 놀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놀지 말고 공부해”라는 공부의 상대어(반대말)로 내몰려 우리 아이들은 본능과 생존방식을 빼앗긴 것입니다.
또 하나 그나마 놀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지녀 온 교육주체(교사와 학부모)들도 한 가지 흘려버리는 것이 있습니다. 놀이가 기껏해야 최근 심각하게 떠오른 학교폭력예방 차원 즉 사회성과 인성에 한정하여 놀이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인성과 사회성을 넘어 지성(머리)의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실제 구소련의 심리학자 세치에노프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성인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한 시간 동안 1그룹은 잡지를 읽게 하고, 2그룹은 학술서적을 읽게 하며, 3그룹은 정구의 난타를 치게 합니다. 그다음 A4 용지에 1∼49까지의 숫자를 7열7행으로 어지럽게 배치하고 1에서 49까지를 순서대로 찾아 ○표를 해나가는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기준치를 100점으로 잡고 얻은 실험 결과에서 잡지를 읽은 1그룹은 104점, 학술서적을 읽은 2그룹은 81점, 정구의 난타를 친 3그룹은 117점의 점수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기준치인 100점 이상이면 정신기능이 높아져 가는 것을 나타내고 100점 이하이면 낮아져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의 실험처럼 지속적인 일이나 공부의 연속은 정신기능을 차차 저해시키지만 놀이는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정신의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가 끝나면 즐거워하면서 뛰어 놀려고 하는 것은 무의식 중에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지금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골목과 마을길이 포장되어 주차장이 되었고,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내몰리는 이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틈(시간)과 놀터(공간), 놀벗(친구)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놀이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물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모든 어른들이 나서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규서 옥천(운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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