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뿌리 내리도록 따스한 토양이 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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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뿌리 내리도록 따스한 토양이 돼 주세요
  • 이숙자 교장
  • 승인 2018.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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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의 학교 이야기 2
대나무는 뿌리를 내리는데 7년이란 시간 필요
뿌리 내리고 난 후 하루에 50∼60cm씩 자라

대나무는 뿌리를 내리는 데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뿌리를 내리고 난 뒤에는 하루에 50∼60㎝씩 자란다. 아주 옛날 개성에 중국과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모은 부자가 살았습니다.
이 부자에게는 어렵게 낳은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니만큼 이 부자 아빠는 아들을 자신처럼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학자나 관료로 성공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훌륭히 가르쳐 줄 스승을 물색하였습니다. 때마침 금강산에는 학식이 높은 스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덕망이 개성까지 소문이 났습니다. 이 부자 아빠는 “옳거니. 이 스님에게 내 아들을 맡겨야겠다.” 하고는 많은 재산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갔습니다. 스님에게 아들을 맡기면서 아들이 과거에 급제만 하게 해준다면 많은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린 아들을 금강산에 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부자 아빠는 아들이 어느 정도의 공부를 했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몰래 금강산에 가서 아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하늘 천이라는 글자를 큼직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부자 아빠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삼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하늘 천밖에 못 쓰다니 우리 아들이 영특하지 않은게야. 좀 더 기다리자.’ 하고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또 삼 년 뒤 부자 아빠는 다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금강산으로 가서 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들은 여전히 하늘 천 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낙심해서 아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들아, 네가 바보인게다. 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하늘 천 자밖에 못 쓰다니 평생 장사만 한 나도 하늘 천 자를 쓸 줄 아는데 너는 어째 그 모양이냐?” 이 모습을 바라보던 스님은 빙긋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부자 아빠는 스님을 의심하였습니다.
“학식이 깊은 사람이라고 해서 아들을 맡겼는데 실망이 크군요.” 부자 아빠는 크게 화를 내며 아들을 데리고 개성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삼 년만 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부자 아빠는 막무가내로 아들을 데리고 개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개성으로 돌아간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아들은 하늘 천 자 안에 들어있는 만물의 이치를 깨우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늘 안에 담겨 있는 자연의 섭리, 우주의 이해, 사람과 자연 등 하늘 천 하나로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수천, 수만 개입니다. 대나무는 뿌리를 내리는데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합니다. 뿌리를 내리고 난 뒤에는 하루에 50∼60㎝씩 자란다고 합니다.
또 매미는 날개를 펴고 노래하기 전까지 굼벵이로 따스한 땅속에서 7년에서 10년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여러분, 시간과 자신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어떤 꿈을 꾸더라도 이루어집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다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따스한 토양이 되어주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이겠지요.
이숙자 춘천 봄내초 교장·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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