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교 다닐때 놀았던 최고의 놀이 ‘고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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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학교 다닐때 놀았던 최고의 놀이 ‘고무줄’
  • 유영화 교장
  • 승인 2018.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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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노랫말과 함께하는 고무줄 놀이
어릴적 함께 고무줄 하던 친구들 그리워
노래하고 춤추며 장단맞춰 어울린 놀이

내 어릴 적 학교공부를 마치면, 우리들은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가 신나게 놀았다. 여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놀이는 뭐니 뭐니 해도 ‘고무줄놀이’였는데 나에게 고무줄놀이는 그 어떤 놀이보다 특별하다.

푸른 잔디(유호 작사/한용희 작곡)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가 흰∼구름 보며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우리들 노랫소리 하늘에 퍼져
흰 구름 두둥실 흘러가면은
모두 다 일어나 손을 흔들며
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5학년 어느 가을날, 그날도 여느 날과 똑같이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제 곧 최고 단계인 머리 위 만세 단계를 할 차례였다. 그때 “영화야∼”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며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셨다. 학교 앞 개울 만 건너면 우리 집이라 친구들에게 얼른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삿짐 차에 휘리릭 태워져서 아는 친구 하나도 없는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와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 고무줄을 하며 부르던 노래(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가 귀에 쟁쟁하다. 물론 친구들도 보고 싶고. 고무줄 놀이는 쭉쭉 잘 늘어나는 긴 고무줄(보통 검은색 고무줄이었다)을 이용해 하는 놀이로, 둘이 할 때는 한 쪽을 기둥에 묶어 놓고 하고 여럿이서 할 때는 양쪽 끝을 한 명씩 잡고 노래에 맞추어 고무줄 사이를 넘나들며 하는 놀이이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하는 놀이인데 고무줄 위치를 바닥에서 발목으로, 발목에서 무릎으로, 이후 엉덩이, 허리, 겨드랑이, 어깨, 머리, 머리 위 한 뼘, 팔을 머리 위로 끝까지 뻗친 만세, 발끝을 세우고 만세 한 만만세 높이 순으로 단계를 올려가며 노래 한곡이 끝날 때까지 틀리지 않고 약속된 동작들을 해 내는 놀이로 상대보다 높은 단계까지 이르게 되면 이기게 되는 놀이이다.


다람쥐(김영일 작사 / 박재훈 작곡)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팔닥 팔닥 팔닥 날도 참말 좋구나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컸던 나는 늘 만만세 단계까지 펄쩍 펄쩍 잘도 했었는데 키가 큰 이유보다는 음악성이 좀 좋았던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무줄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에 맞춰 동작을 얼마나 매끄럽게 줄에 걸리지 않고 끝까지 해 내느냐이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는 선생님이 가르쳐 준 고운 동요였다. 순서가 된 친구가 고무줄놀이를 시작하면 지켜보는 모든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때 함께 부르던 노래 ‘다람쥐’, ‘고향 땅’, ‘푸른잔디’ 등은 지금도 어린 시절이 생각 날 때면 입속에서 웅얼웅얼 노래가 되어 나온다.


고향땅(윤석중 작사/한용희 작곡)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나를 비롯한 내 친구들은 모두 노래를 잘 불렀고 나름 음악성이 좋았다. 고무줄놀이를 열심히 해서 음악성이 좋아진 것인지 원래 음악성이 좋아서 고무줄놀이를 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고운 동심이 묻어나는 동요에 맞춰 즐겁고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했다. 가슴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들 모두는 안무가(춤의 형태나 진행을 전문적으로 창작하는 사람)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배운 동요에다 일일이 동작을 짜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각 노래마다 고무줄놀이의 ‘안무’가 달랐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짧고 쉬운 노래에는 짧고 간단한 동작으로 안무를 짰고 길고 어려운 노래에는 어렵고 까다로운 안무를 붙여 한 노래에 익숙해져 재미가 없어질 만하면 또 다른 동작으로 안무를 짠 새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그러다 그것도 재미가 없어질 만하면 고무줄의 양끝을 묶어 두 사람이 각 끝에 두 다리를 고무줄 안에 집어넣고 고무줄이 11자 모양이 되게 벌려준 다음 바닥에서부터 한줄 놀이를 할 때처럼 단계를 높여 가며 노는데 11자 모양에 맞는 동작으로 안무를 짜서 놀이를 업그레이드시켰다.
그것도 익숙해지면 세 사람이 고무줄 안으로 들어가 고무줄의 모양을 세모(△)로 만들어 또 다른 동작의 안무를 짜서 놀고 그 다음엔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 놀고, 오각형, 육각형 모양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시켜가며 지루할 틈 없이 매일매일 신나는 고무줄놀이를 했다. 그랬으니 지금도 그 행복했던 순간들이 가슴 가득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무줄놀이는 따뜻한 노랫말이 있는 동요와 안무를 직접 짜는 창의성과 신나는 놀이가 융합된 우리 아이들에게 동심을 활짝 꽃피우게 할 최고의 놀이임에 틀림없다. 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최고의 놀이 ‘고무줄놀이’를 꼭 선물해 주고 싶다.
유영화 화천 사내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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