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창체 원리를 기반으로 만든 ‘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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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창체 원리를 기반으로 만든 ‘점자’
  • 박만석 교사
  • 승인 2018.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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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든 훈맹정음
“훈맹정음”이라고 하면, ‘그거 훈민정음이 아닌가요?’ ‘글씨를 잘못 쓴 것 아닌가요?’ 라고 질문할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또는 ‘당연히 알지요’라고 말할 친구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로 훈민정음, 즉 한글을 창제하셨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훈맹정음’은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님께서 ‘눈먼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한글의 창제원리에 기반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만드신 ‘점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읽는 문자입니다. 우리나라 점자는 6점(가로 3점, 세로 2점)을 기본으로 하고 점의 위치를 변경하여 자음(초성) 13자, 종성(받침) 14자, 모음 21자, 약자 27자, 약어 7개, 숫자와 문장부호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점자가 없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오직 소리로 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많은 불편함을 야기하지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찾고 싶은데 소리로만 들어야 한다면 많은 시간을 들여 찾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들어야 하거나 빨리 감기를 해도 필요한 정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하지만 점자가 있어서 시각장애인도 점자책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송암 박두성 선생님께서는 일제강점기에 제생원의 맹아부에서 시각장애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시각장애학교의 선생님이셨던 것이지요. 그 당시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지배하고 있었기에 우리나라 글자를 읽고 쓰는 데 제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두성 선생님께서는 시각장애학생들이 일본 점자를 읽고 쓰는 이중 어려움을 겪는다고 판단하여 일본 총독부에 편지를 써 한글의 원리로 만들어진 점자 즉, 훈맹정음을 가르치도록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박두성 선생님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그 사랑이 마음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고 그에 따라 실천했기 때문이죠. 이런 그의 노력으로 인해 지금의 우리나라 점자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곳곳에서 점자를 볼 수 있습니다. 학교 현관 앞에는 점자 지도판이 있고, 엘리베이터에는 점자로 된 숫자가 기입되어 있습니다. 캔 음료수 따개 옆에도 점자가 있습니다(모든 음료수에 ‘음료’라는 점자만 있어서 고쳐져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종이돈에도 점자가 있습니다. 재미있지요? 곳곳에 새겨진 점자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을 생각했던 박두성 선생님의 마음이 여러분 마음에 새겨지길 기대해봅니다.
박만석 성덕초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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