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펼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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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펼쳐요
  • 허남정
  • 승인 2018.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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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5월만 되면 유난히 더 생각나는 권정생 선생님, 2007년 5월 17일에 돌아가셨으니 어느새 소천 11주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선생님이 소년 시절부터 1995년까지 쓴 시를 모은 책으로 모두 80편의 동시가 들어있습니다. 평생 아프신 몸으로 강아지똥처럼 살다 가신 선생님, 가난하고 약한 이웃, 순하고 여린 생명을 누구보다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셨지요.
해와 달과 별, 해바라기와 산딸기, 싸리비, 고무신, 생쥐, 새, 꽃다지, 반디… 시 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들은 샛노란 민들레가 되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글과 삶이 같았던 선생님.
나 혼자 기쁘고, 나 혼자 즐겁고, 나 혼자 행복한 것은 좋은 것이 못 된다며 다 함께, 모두 같이 기쁘고 즐겁다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글에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만한 것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운동회 날 고무신을 신고 뛰는 재운이, 엄마 무덤가에 핀 꽃 한 송이, 아픈 엄마개가 먹다 남긴 밥그릇을 지켜주는 달님, 감자처럼 둥글둥글 예쁜 아이들, 피난 떠난 고향집 헛간 지붕 위의 박덩굴….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먼 곳 이승에다
아들 딸 모두 흩어 두고 가셨다.
버들고리짝에
하얀 은비녀 든 무명 주머니도 그냥 두시고
기워서 접어 두신 버선도 신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혼자 훌훌 가셨다.

토끼 1
쇠그물에 달빛이 아른거리면
엄마 보고 싶은 아가 토끼가
달님을 가만히 쳐다보고

통일이 언제 되니?
우리나라 한가운데
가시울타리로 갈라 놓았어요.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니?
가시울타리 이쪽 저쪽 총 멘 사람이
총을 놓으면 되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시’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5월에는 가족 모두 선생님이 남기신 글을 읽으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화와 공존의 삶을 되새겨보았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아마 지금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품에 안겨 행복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실 거예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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