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어 읽으면서, 기쁨을 경험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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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내어 읽으면서, 기쁨을 경험해 보아요
  • 허남정
  • 승인 2018.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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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아침인가 봐.
어젯밤에는 예쁜 각시에게
장가드는 꿈을 꾸었어.
아이들과 같이 오줌 누는 꿈도 꾸었고.
문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후욱!
엄마 냄새가 난다.

아픈 몸을 이끌고 힘겹게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하시는 김준철 선생님,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아이들, 지진이 나서 깔려 죽은 엄마와 아기, 전쟁이 일어나 집과 엄마를 잃고 우는 아이들, 물이 없어서 더러운 웅덩이 물을 마시는 아이들… 가족을 잃어 외롭고 무서웠을 아이, 배고프고 힘든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하며 병상에 누운 자신의 모습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선생님은 얼마나 힘이 드실까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저 꿈틀거릴 뿐이야.
내가 사람이 아니면 좋겠어.

하지만 선생님 그림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에요. 파란 하늘에 그려진 하얀 구름은 보기만 해도 티끌 없이 깨끗한 마음을 선사하고요.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는 아무리 날아도 지치지 않을 견고한 날개를 자랑해요. 그리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바람은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가만히 물어보아요.
아프지 않은 우리는 과연 선생님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외롭고 배고파 우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그래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엄마를 꼬옥 안아 주는 거야.
그래서 나는 힘을 내어 열심히 꿈틀꿈틀
오늘 밤에도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지난해 여름, 독서캠프를 앞두고 해님또래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이 책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었어요. 친구들마다 ‘꿈틀’이라는 소리를 어찌나 재미나게 읽는지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했답니다. 우리에겐 정말이지 놀라운 능력이 숨어있다니까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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