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듣지 못할 뿐…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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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듣지 못할 뿐…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에요”
  • 박만석
  • 승인 2018.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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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 이야기
의사소통 위해 체계적인 수화 개발
함께 어울리며 다름 없이 살아가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마서즈 비니어드’라는 섬이 있습니다. 마서즈 비니어드 섬은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선천성 청각장애인이 많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한 세기 전에는 섬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사람이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섬이 유명해진 이유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청각장애인의 출생률이 눈에 띄게 높다는 사실보다 청각장애인과 청력손실이 없는 건청인이 함께 어울려 전혀 다름이 없이 살아가는 데 있었습니다.
이 섬의 사람들은 청각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수화를 체계적으로 개발하였고 배웠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섬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 섬에서 태어난 청각장애인들은 청각장애로 인하여 음성언어(소리)로 이야기하지 못 하는 것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으며, 건청인(청각장애가 없는 사람들)들도 청각장애인들이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못 느꼈지요. 이 섬의 이야기를 기록한 마서즈 비니어드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섬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단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요.” 조금은 어려운 말이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단지 소리를 못 듣는 ‘다름’은 장애, 즉 무엇인가 ‘결함, 제약’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우리가 음성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나 수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다를 것이 없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그 섬의 사람들은 섬의 특성상 파도가 많이 치는 날에는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수화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다르다는 것’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못 하면 그 사람이 틀리거나 우리보다 못하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마서즈 비니어드섬을 방문했던 미국의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슨은 그의 책 온더무브에서 “그 섬에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청각장애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농부, 학자, 교사, 자매 형제, 아주머니, 아저씨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을 ‘청각장애’인이라고 칭한다면 수화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수화를 못 하는 사람을 보고 ‘수화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기에 우리는 ‘다르다’는 것에 불편해하거나, 싫어하거나, 우리보다 못하다고 여길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차이를 넘어서는 사랑이 있는 사회, 다름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 마치 마서즈 비니어드섬에서는 청각장애인과 건청인이 아무 의미가 없고, 다름이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박만석 성덕초 특수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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