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닮은 천사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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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닮은 천사의 미소
  • 남진원
  • 승인 2018.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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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미소-최종
채소를 갈아 즙을 만들어 드렸다. 밥은 잡곡을 섞어 눅신하게 지어드렸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떠나오시는 날 말씀하셨다.
“마음 편하게 지내세요. 집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시고 시간이 나시면 운동과 명상을 하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무엇보다 ‘병을 고칠 수 있다.’ 이런 강한 마음을 가지세요.” 나는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아버지 대신 가게 일을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틀에 한 번씩은 꼭꼭 아버지가 계시는 산에 다녀오셨다. 아버지가 병을 얻은 이후 어머니는 전혀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얌전하고 집안일만 하던 어머니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싫어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신 산에 가셨다가 며칠씩 있다가 오시기도 하였다. 아버지에게 다녀오신 어머니의 얼굴은 아주 밝았다. 어머니 얼굴에서는 빛이 나오는 듯하였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내 몸에서도 알 수 없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산집에서 산 지 3년이 지났다. 이 무렵 아버지의 건강은 내가 봐도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힘이 없어 보이던 아버지의 발걸음이 활기에 넘쳐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주위에 널려 있는 통나무를 톱으로 끊어 나무를 모아놓으셨다.
그리고 그 나무를 다듬고 깎기도 하셨다. 원래 나무공예품을 만드는 아버지셨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나무를 깎고 다듬었다. 집 주위에 돌이 많이 널려 있었다. 아버지는 그 돌들을 거대한 탑으로 만들어 예술품으로 빚어 놓으셨다. 그 돌탑들은 어느새 아버지의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있었다.
나와 어머니는 자주 시간을 내어 아버지가 계시는 곳을 찾아갔다. 어느 날은 산집에 가서 크게 놀란 적도 있었다. 그날, 산집에 들어서니 너무 조용하였다. 아버 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줄로 알았다. 언제나 차 소리만 들리면 방문을 열고 나오시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 기척이 없으셨던 것이다. 어머니와 나는 화들짝 놀라서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 안에는 아버지가 가부좌를 틀고 깊은 명상에 드셨던 것이다. 천천히 눈을 뜨는 아버지 얼굴은 너무나 평화스러웠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와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게 하셨던 것이다.
“아버지, 축하드려요!”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얼싸안으셨다. 이어서 아버지는 종이에 곱게 싼 물건을 어머니께 내미셨다. “풀어 보구려.” 어머니가 종이를 풀었다. 거기에는 어머니를 닮은, 미소 띤 천사의 모습이 있었다.
남진원 강릉별칭동화회장·강원아동문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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