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학교 밖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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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학교 밖 소풍
  • 이숙자교장
  • 승인 2018.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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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의 학교 이야기 10
학교는 가끔 가슴 쓸어내리는 롤러코스터
잘 놀고 무사히 돌아와 준 것에 무한 감사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아이 둘이 교실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담임교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교장실로 뛰어왔습니다. 교감선생님도 허겁지겁 교실을 뒤지고 교무실 선생님들은 각 층 화장실마다 문을 열어보고 혹여라도 어느 빈 교실에 아이들이 갇히지는 않은지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만 아이들은 흔적이 없습니다.
“교장선생님! 아침에 교실로 들어오는 것을 분명히 봤거든요. 인사도 서로 나누었습니다. 책가방이 교실에 있어요. 줄넘기 한다고 운동장으로 나가서 안 들어왔어요. 교장선생님!”
“휴대전화는 가지고 있나요?” “아니요, 책가방 안에 있어요.” “마지막으로 본 친구들은 누가 있을까요?” “시작종이 울려서 아이들이 교실로 올라오는데 두 친구들은 거꾸로 계단을 내려가더래요.” 그래서 한 친구가 “야! 공부 시작했어.” 말했는데 “나, 잠깐 운동장에 무얼 두고 왔어.” 그러면서 내려갔대요. “그러곤 안 들어왔어요. 곧 들어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안 들어오네요.” “도서실에 자주 가길래 도서실 선생님께 전화드렸는데 오늘 아침에는 도서실에도 안 들렀다고 해요.” 담임선생님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떨린 목소리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럼 일단 운동장 CCTV를 돌려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112에 신고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읍시다. 그리고 부모님과도 긴밀하게 연락을 취해 놓으세요.” 당직실에 들어가서 CCTV를 돌려 보니 두 아이는 줄넘기를 하다가 숨바꼭질을 하는 거 같았습니다. 교실 주변을 서로 숨기도 하고 찾기도 하다가 둘이서 서로 속닥이다가 화면 밖으로 사라진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짐작이 갑니다.
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학교 밖으로 탈출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나 만일 나쁜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경찰관들께 학교근처에 아이들이 있는지 찾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때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은 두 아이는 막상 아무것도 모른 채 학교 근처 개울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었습니다.
11시경 집 근처 개울가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두 아이를 경찰관들께서 발견하고 데리고 오고 있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두 아이의 학교 밖 소풍은 두 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 선생님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 식구들은 교문 앞까지 나가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천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가만히 안아주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랐나 봅니다.
“어디 갔다 왔어?” “그냥 개울이 보고 싶어서요.” “공부하기 싫었니?” 아이들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온몸에 전해졌습니다. “다음에도 또 이렇게 선생님들 애를 태울 거니?” “아니요. 다신 안 그럴게요.” 아이들은 손가락을 내밀며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래, 오늘은 하늘이 참 맑고 바람도 참 좋네, 공부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구나! 소풍가기 좋은 날씨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아이들에게는 오늘의 일탈이 큰 공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안아주고 용서하자.’
점심시간에 만난 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복도에서 친구들과 놀이에 한창 빠져 있네요.
지나가는 나를 보면서 반갑게 인사합니다.
“교장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래 고맙다.” 말하며 웃을 수밖에요. 그래도 잘못했다고 주눅들거나 피하지 않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이 어딘가 싶네요.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나쁜 일 안 당하고, 잘 놀고 무사히 돌아와 준 것이 감사할 따름이지요.
학교는 즐거운 일도 많지만 가끔 이렇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생기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곳이기도 하지요. 그나저나 담임선생님께서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게 교사의 길인 걸 어떡하겠어요.
이숙자 춘천 봄내초교장·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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