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목숨 잃은 병사 이야기
상태바
전쟁터에서 목숨 잃은 병사 이야기
  • 허남정
  • 승인 2018.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할게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의 이야기입니다.
“출판사에선 왜 이런 끔찍한 책을 만든 거죠?” “어린이들이 봐서는 안 될 책 아니에요?”
책을 읽어주다 보면 나오는 이야기인데, 대체 어떤 그림이 나오길래 이런 얘기들이 쏟아질까요. “나라를 위해 싸워라!”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한쪽에는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보이고요. 병사는 명령을 따라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고 이내 적의 포탄을 맞았습니다. 머리카락도 눈도 다 타버렸습니다.
다리도 몸뚱이도 얼굴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몸은 갈가리 찢어져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그 어떤 모습도 자세히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듯한 아픈 그림들이 이어집니다.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어머니, 전쟁터에서 죽은 아들 소식을 알아 버린 것입니다.
“형을 죽인 적을 쏘아 버릴 테야!” 동생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동생의 분노가 보입니다. 억누를 길 없어 미친 듯 소용돌이치는 노여움이. 염려했던 일이 일어나고야 맙니다.
아! 동생도 전쟁터로 갑니다. 그만두라고, 너마저 죽어버리면 엄마는 혼자 남게 된다고 형이 소리높여 외쳐도 동생은 멈추지 않습니다. 적도 분노하고 있습니다.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우는 걸까요?
영혼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옵니다. 누구를 위해 죽이고, 누구를 위해 죽음을 당하는가요? 무엇을 위한 죽음인가요? 끔찍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내 편도 네 편도 없이 뒤섞여 넋이 돼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은 아무도 볼 수 없겠지만,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 이야기를, 여러분과 똑같이 살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알아야 평화의 소중함도 깨닫습니다. 전쟁의 슬픔과 피해는 누구에게나 비껴갈 수 없을 테니까요.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며 생명을 귀히 여기는 작가 다시마 세이조, 그림책 작업을 하며 힘들고 괴로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다른 작품 ‘염소 시즈카’도 꼭 읽어보세요.
허남정 해님또래 지역아동센터 독서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