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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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 남진원
  • 승인 201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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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휘휘 날고
향기 나는 꽃이 가득 피었네.
강은 유유히 흘러갔고
강 위엔 목란배(강남의 심양강 기슭에는 목련이
많아 그 나무로 만든 배)가 백조처럼 떠다니네.
난간에 기대앉아 뱃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
얼굴엔 붉은 웃음꽃이 노을처럼 붉었네.

배항은 늦도록 놀며 시를 암송하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갈 무렵이다. 배항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배를 빌려 탔다. 거기엔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눈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번부인이었다.
“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니!”
배항은 난생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 혼이 빠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라가 기울어질 정도로 예쁘다는 경국지색(왕이 아름다움에 반하여 나라가 뒤집혀도 모를 만큼 뛰어나게 예쁜 미인이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불현듯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배항은 시를 지어 번부인의 시종 요연에게 주었다. 요연이 시를 번부인에게 전하였다.

정녕, 부인의 모습 세상사람 아닌 듯
여기는 신선세계가 아닌가 둘러보았소
나라가 기울어질까 걱정되도록
아름다운 부인이여,
시 쓰는 내 손이 떨린다오
허물되지 않는다면
아리따운 부인의 모습
언제 다시 뵈올 수 있을런지요!

번부인은 배항의 시를 보고는 이내 답시(상대방의 시를 읽고 그 답으로 쓴 시)를 써서 시녀 요연에게 주었다.
“이 글을 공자(지체가 높은 젊은이를 이르는 말)께 전하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요연이 시를 건네주었다. “이 시를 쓰신 분은 이름을 무엇이라 하는지….” 배항이 묻자 요연은 ‘번부인’이라고 하였다.
배항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제하며 황급히 읽어보았지. 옥즙(약초를 찧어 짜낸 물인데 도가에서 신선이 되기 위해 먹는다는 약)을 마시면 갖가지 즐거운 생각이 떠오른다네.
선약(신선이 되기 위해 먹는 약)이 만들어지면 운영을 보게 되리오.
내년 6월 보름날 밤 남교(중국의 작은 마을에 있는 다리 이름)에 오시면 신선되는 길을 알 텐데….
구태여 힘들게 그 누가 옥경(옥황상제가 계시는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랴.
▷다음 호에 계속
남진원<강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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